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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Jul 07. 2024

살아내야 하는 삶 그리고 살고 싶은 삶

밀리터리 시크릿 06

내가 오늘 보낸 하루는 진정 내가 바라는 꿈 꾸는 그런 삶이었을까?  런 질문에 매몰된 적이 있었다. 그 질문의 내면에는 다소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발 붙이고 있는 현실은 이곳인데 다른 세상을 기웃거리는 마음이 있었다.  한참 동안 스스로를 괴롭히다가 이제야 이런 질문이 오히려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는 좋지 않은 질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의 하루는 살아내야 하는 삶과 살고 싶은 삶이 동시에 존재한다. 살아내야 하는 삶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고 살고 싶은 삶에는 자유가 있다. 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모범답안은 있다.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며, 명하게 살아내는 것이다.


가능한 내가 살고 싶은 삶에 가까운 선택을 하지만 시시각각 그 삶을 대하는 마음이 바뀐다. 선택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고 그 책임과 의무의 순간들을 잘 버텨내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하기 싫을 때도 있고 이게 다 무슨 의미기 있을까 싶어 뒷걸음질치 기도 하고, 때로는 다 놓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도망쳐도 무언가. 다시 찾아야 하고 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도망치고 싶을 때 내 마음과 상황을 들여다보면 진짜 그 일이 싫은 것인지 지금 당장의 과정이 힘들어 잠시 쉬어가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있다. 근본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 싫은 것이 아니라면 겪어야 할 과정을 건너뛸 수는 없다. 그 과정이 상상하지 못한 정도의 고통을 줄 때 심한 갈등이 일어나겠지만 한 번 두 번 피하다 보면 피하는 습관이 생겨서 조금만 어려워도 피하게 된다. 분명 기다리고 견디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때 전역지원서를 가슴에 품고 다닌 적이 있었다.

내 바로 위 상급자는 한마디로 자아존중감이라곤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패배의식에 가득 차서 매사에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하급자들에게 끊임없이 공적 사적 충성을 강요하는 애정결핍자였다.


조폭 영화에서나 들었을 법한 육두문자를 입에 달고 다녔다. 군복 입은 깡패 같았다. 무례하고 품위 없으며 존경할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자기한테 좀 잘해주면 헤벌쭉하고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눈알이 빠져나올 듯 충혈되면서 소리를 버럭 질러댔다.


씨발 것들 좆같네. 미친 새끼들. 이 새끼야. 씨부럴. 어 좆만도 못한 새끼들. 눈깔을 뽑아 벌릴라. 처먹어.

이런 말들은 일상 용어였으며


내가 주말에 집에 가서 엑스레이 두 번 찍었는데 너는 몇 번 찍었냐?

(이게 섹스를 뜻한다는 걸 한참 지나서야 이해했었다.)

회식하고 무조건 나이트 가야지. 룸 잡아. 언니들 부킹 해야 되니까 너는 홀에 나가 있고

(참석 안 하고 돌아 나왔지만 다음날 개인 분담금에는 룸 술값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야! 너희 부대에 바둑 잘하는 애 있다며 내려보네. 아니 내가 올라갈게. 네 시간 다섯 시간씩 줄담배를 피워대면서 내 사무 공간에서 머물렀다.


무법자. 무뢰한. 예의와 배려는 찾아볼 수 없는 인성의 소유자였다. 그 사람 밑에서 이를 악물고 버텼던 것은 부대에서는 나만 바라보고 있는 나의 부하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집에서는 이제 막 한글을 배우고 있는 딸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감정도 생각도 없는 무생물의 삶을 선택했다. 돌이켜보면 비겁한 선택이었지만  사람 앞에서는 하하하 억지웃음을 웃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아주 많이 무너졌었다. 자존감을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무수히 많은 악한 말들로 나를 괴롭히고, 취약하게 만들었다. 눈치 보고 주눅 들게 만들었다.


고발하지 그랬냐고? 고발하는 것도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시절이 아니었고 나는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용기는 없었다. 내가 비위 맞춰주고 잘해주면 좋아질 거라 생각했다. 일면 그런 때도 있었지만 결국 다람쥐 쳇바퀴 돌듯 상황은 반복되었다.


성선설을 믿던 내가 성악설을 믿게 된 것이..

그 후로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인간적으로 그러면 안 되는 일이라 생각되는 일들이 심심찮게 발생했으나 이미 사람에 대한 기대를 지워버린 후였기에 큰 실망도 상처도 받지 않았다.


사람은 고통 속에서 성장한다고 했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머리 싸매고 풀 때 수학실력이 늘고, 4음절 넘는 단어들로 이루어진 영어문장을 외우고 또 외울 때 영어 실력이 느는 것처럼 지독한 상사와의 만남은 밟아도 쓰러지지 않는 강한 마음 그리고 사람이 선한 관계만 맺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살아내어야 하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크게 느끼게 되었다.  아무리 최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살아내어야만 하는 시간은 늘 존재한다. 그것을 피하면 원하는 삶에 가까이 갈 수조차 없다.


뷔-BTS의 멤버가 인터뷰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연예인이 하고 싶었고 연습생으로 발탁되었고 연습생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다고 그래서 고향에 계신 아버지께 전화해서 울면서 힘들다고 얘기했더니 세상에 직업은 많으니까 너무 안 맞으면 그만두라고 시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손흥민 선수가 아버지에게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하루에 1000개 이상의 슈팅연습을 하는데 그중에서 딱 한, 두 개의 슈팅만 감이 좋은 슈팅이 나와도 그날의 훈련은 성공적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 슈팅의 감각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또 계속 슈팅연습을 한다고 했다. 매일 웃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을 했을까? 견디면서 한 시간이 더 길었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는 체력이 부족해서 스케이팅을 할 때 늘 지치고 힘들었다고 한다. 체력 훈련을 강하게 해야 겨우 경기 때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기에 늘 강한 체력훈련을 했는데 무슨 생각을 하면서 훈련하냐는 질문에 그냥 하는 거지 무슨 생각을 해요?라고 답했다.


이런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맞다.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다. 재능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그들도 처음부터 자신이 그 분야에 특별한 재능과 능력을 갖고 있다고 눈치채지는 못했을 것이다. 연습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능력을 알아차리고,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을 것이고, 그래서 지금의 자리에 올라가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싶으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애쓰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저절로 얻어지는 삶은 없다.  


히 대스타들이 어떤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그 자리에 올라가 있느냐를 말하고 마치 자기 일인 양 떠들어 대면서 막상 자기 자신은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편안한 상태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짜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누구도 정답을 말해 줄 수는 없다. 모범답안은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가진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한다. 결국 시간과 공간을 내 마음대로 선택하려면 갖추어야 할 것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이 바로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저는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거짓말이다. 돈이 있어야 최소한 행복을 꿈꿀 수 있다.

생계를 유지할 돈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는가? 돈을 버는 가장 빠른 길은 내 직장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가지는 것이다. 그 밑바탕을 만든 후에 부동산, 주식, 편드, 코인 등등 투자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잘 나가는 연예인들 결국은 건물로 돈 벌었다더라 그러니 우리도 건물매매 공부를 해서 돈을 벌자.라는 말은 모순덩어리이다. '잘 나가는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 그들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은 생각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결과만 보고 평가하면 안 된다. 건물매매 공부를 하면 뭐 하나 투자할 종잣돈이 없는데... 큰 부자가 되어서 빨리 자유롭게 살고 싶으면 종잣돈을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너는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았니? 이 질문을 조용히 자기 자신에게만 물어야 한다. 삶은 오늘을 충실히 살아내고 살아가는 것이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나 자신을 발견하는 작은 기쁨을 느끼면서 한 걸음씩 걸어가는 기나긴 여정이다. 애초에 완벽한 자유는 이 세상에 없다. 자유를 부르짖기 전에 지금 내 현실, 살아내야 하는 삶을 어떻게 하면 잘 살아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잘 살아내다 보면 저절로 자유로운 삶을 얻을 수 있다.


*개인 사정으로 하루 늦게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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