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시크릿 07
전역할 때가 다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재무설계와 경제관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느끼게 된다.
배우는 것은 조기교육을 시키려고 한글도 못하는 아이들을 영어유치원을 보내서 교육을 시키는데 금융교육은 체계적으로 시키지 않으니 같은 직업을 갖고 있어도 마지막에 통장잔고와 재정상태가 천차만별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젊은 시절에 국가가 가라는 곳으로 가서 돌아다니면서 살다 보니 막상 전역할 때 정착할 곳도 못 찾고 집도 없는 채로 전역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어차피 전역을 하고 다른 직업을 구하든 다른 인생을 설계하든 든든한 내 땅이 있어야 그 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땅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제대로 설계해서 살아가야 한다. 군인 초급간부(소위, 중위, 하사, 중사)들과 면담을 할 때 항상 물어보는 것이 있었다. "저축을 얼마나 하고 있니?" 사실, 요즘은 이런 질문도 사생활 침해라고 발끈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개인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제 막 군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재정설계를 해 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 생각해서 아직도 가끔 아끼는 후배들에게는 "요즘은 저축 얼마나 하고 있어?" "재무설계는 좀 하고 있어?"하고 물어보기도 한다.
김소위
월급 받으면 학자금 대출받은 거 갚고, 핸드폰 요금, 독신자 숙소 관리비, 식사비 그런 기본 생활비 내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어서 저금은 군인공제회 20만 원만 넣고 있어요. 카페 가서 커피 마시고 디저트 먹고 그러면 만원은 당연히 훌쩍 넘고 넣고, 밖에서 밥 먹으면 최소 2만 원은 드는데 외식하면 기본 3만 원은 넘게 쓰는 거죠. 그래도 평일에 일하면 주말에는 좀 쉬고 놀아야 스트레스가 풀리니까 그럼 거의 저금할 돈이 없어요. 수당 나오면 해외여행 가거나 좀 큰 물건 쇼핑도 하고.....
박소위
월급 받으면 일단 학자금 대출, 핸드폰, 숙소 관리비 이런 기본 생활비 빼고 나머지는 다 저금해요. 일단 최대한 저금하고 수당 나오는 걸로 생활하려고 합니다. 한 달에 한 130만 원 정도는 저금하고 있어요. 기본 월급이 좀 적기는 한데 그래도 아주 부족한 건 아니라서 아끼며 살면 될 것 같아요. 수당을 알뜰히 모아서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 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안되면 2년에 한 번이라도...
청춘이니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겠지만 이제 월급 받는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니 조금은 체계적으로 금융자산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젊은이들이 재테크에 관심도 많으니 알아서 잘하겠지 생각하지만 사실 유혹이 너무 많아서 처음부터 돈의 흐름을 잘 잡아두지 않으면 물 새듯이 술술 새어버릴 수 있다. 김소위, 박소위 2년 후 통장 잔고가 눈에 훤히 보인다. 10년 후, 20년 후에도 그 잔고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돈을 쓰는 것도 습관이고 모으는 것도 습관이다. 월급을 관리하는 습관이 인생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
24년 병사보다 오히려 급여가 적다고 논란이 된 소위 1호봉의 기본급은 187만 원이다. 그나마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고 아예 장교 지원을 안 하고 모두 복무기간이 짧은 병사로 가려고 해서 소대장 보직률이 60%로 떨어지고 아예 공석이 생기는 상황이 되니 그나마 초급간부 계층의 급여를 6% 인상해 주었다고 한다.
* 이 돈을 받고 전방 부대에서 병사들을 통솔하면서 2~3년씩 근무할 바엔 책임과 의무가 적은 병사로 의무복무하고 일찍 전역하는 게 훨씬 낫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장교로 복무하겠다고 신청해서 군에 오는 인원들에게 직급과 역할에 맞는 대우를 해 주면 참 좋을 것 같다.
쥐꼬리만 한 월급이라도 차근차근 모으면 소꼬리가 되고 나중에 호랑이 꼬리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첫 월급 받았을 때부터 장기, 단기 자금으로 분류해서 돈을 모아야 한다. 직장에서 일을 잘하고 진급하는데 집중하는 것과 별개로 금융지식을 쌓고 재산을 불려 나가는 것도 공부를 해야 한다. 한 달에 150만 원을 저축한다고 하면 1년에 1,800만 원, 6년을 모으면 1억이 된다. 해 볼만 한 도전이다. 연봉으로 생각해 보면 초급간부들의 연봉은 3,000만 원이 안된다.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과 비교하면 1,000만 원 넘게 차이가 나고 연차가 올라가면 그 갭이 더 벌어질 것이다. 단순히 연봉만 생각하면 군인이라는 직업은 진짜 매력이 없다. 하지만 연봉으로 계산하기 어렵지만 돈을 모을 수 있는 좋은 환경들도 많다.
* 이런 이야기가 요즘 초급간부들이 듣기에는 그저 힘들고 답답한 현실을 늘어놓은 것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주어진 현실이니 최대한 그 현실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돈을 모은다는 것은 인생을 단단하게 지탱할 수 있는 내 땅을 가진다는 것이다. 평생을 지탱할 땅을 가지는데 그 과정이 즐겁고 재미있어야 하지 않을까? 통장에 돈이 모이는 것이 초콜릿이나 마카롱을 먹는 즐거움 보다 더 크게 느꼈으면 좋겠다.
일단 1억을 모으는 노력을 해보자. 1억이 모이면 금세 2억, 5억이 된다. 지금 쥐꼬리 만한 월급이라고 모을 게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잘 모을 수 있을까 공부하고 돈이 내 통제범위를 벗어나지 않게 잘 관리했으면 좋겠다. 1. 청약통장 2. 공제회 3. 적금 4. 연금저축 5. 비상금(CMA) 6. 주식(약간) 이 상품들을 기본으로 세팅해서 1억을 모아보자. 1억이 모이면 분명 다른 세상이 보일 것이다.
우리는 금융계급의 시대에 살고 있다. 너의 직업이 무엇인지 너의 월급이 얼마인지보다 너의 금융지식과 관리실력이 더 중요하다. 같은 사무실에 앉아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다 같은 인생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최대한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절대 행복해질 수가 없다. 어려운 시기에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초급간부들이 금융지식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실력을 쌓아서 행복한 군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 연재일을 월요일로 변경합니다. 다음주 부터 월요일에 글을 올리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 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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