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봄 Jul 15. 2024

명예와 충성 따위 개나 줘버리라고?

밀리터리 시크릿 08

명예

Honor

자기의 도덕적, 인격적 존엄에 대한 자각, 타인의 그것에 대한 승인, 존경, 칭찬

명예는 인격권을 말하는 것이다.

     

충성

Fidenlity Loyalty

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성

국민, 시민들이 국가나 군주에 대해 소유되거나 자유로이 바치는 충실함의 의무     


명예, 충성이라는 단어가 참 생경하게 느껴진다. 아주 고리타분한 단어로 들린다. 이 생경하고 고리타분한 가치를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자신과 타인의 명예를 존중할 줄 알고 충성스러운 인재가 많을수록 조직강해진다. 명예를 휴지처럼 생각하고 충성을 바람처럼 생각하는 구성원이 많은 조직은 절대 강해질 수 없고 발전할 수 없다. 어떤 조직이든 명예를 존중하고 조직에 충성심이 높은 구성원을 많이 가지기 원한다. 군대는 그 어떤 조직보다 강한 조직이어야 한다. 그래야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국가와 국민을 배신하지 않고 스스로를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 이롭게 하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애쓰는 존재이다. 당연히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운전자는 본능적으로 운전대를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꺾는다. 세상 어떤 사람도 이것에 대해 욕하거나 폄하할 수 없다.           


요즘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지고, 기업에서도 직무 값에 맞는 적절한 보수와 사원복지를 통해 조직원과 소통한다. 개인은 언제든 기업을 버리고 이직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나의 욕구와 기업의 보상이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 고민은 하겠지만 떠날 수 있다. 글로벌 사회에서 국가를 초월하는 이직도 가능하다. 철저하게 자본주의 관념과 자기 이익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첫 직장에 오래 다니는 신입사원이 많이 없다고 한다. 입사 6개월 이내 더 급여를 많이 주고 복지가 좋은 곳으로 옮기는 사례가 흔한 일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최고의 직장,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사에서도 이런 이직 현상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동이 잦은 한국도로공사의 경우도 지방근무를 힘들어해서 사직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니 조직의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근무할 수 있는 충성스러운 조직원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수시로 이사 다니고(나는 18번 이사하고 10개의 시도를 옮겨 다녔다. 주민등록 초본은 떼어보기가 무섭다.) 북한 땅이 눈앞에 보이는 최전방과 섬까지 들어가서 몇 년씩 시간을 보내야 하는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은 태생이 충성스러운 특별한 사람들인가? 저절로 명예스럽고 충성스러 마음에서 마구 샘솟는 사람들인가? 그렇지 않다. 수많은 교육과 경험의 축적으로 신념화된 것이다.


지금 초급 장교들은 2000년 2001년 생이 주류를 이룬다. 이 사람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급식실에서 급식했고, 태어날 때부터 이미 반석에 올라간 대한민국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유롭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교육과정에서 조직보다는 개인의 중요성을 더 많이 배운 세대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조직의 명예를 위해 국가과 국민에 충성하기 위해 개인의 이익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이해시키고 불만을 품지 않게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군인이 명예와 충성 그까짓 거 개나 줘버려!라는 마음으로 매사에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비판적인 사고로만 행동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무섭지 않나? 그렇다면 개인의 자유와 중요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간부들에게 군인의 명예와 충성에 대해 끊임없이 교육시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나를 넘어선 국가와 조직의 가치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순응하게 하는 것 이외에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이런 가치 판단은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너무 사소하고 작은 제한인 여름휴가를 예로 들자면, 회사는 거의 동시에 여름휴가를 보내지만 군대는 조직원의 20% 이상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다. 지휘관과 부지휘관, 핵심 참모와 일반 참모가 모두 일정을 조율해서 서로 휴가 기간이 겹치지 않게 편성한다. 휴가 중이라도 부대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지휘관의 판단에 의해 복귀를 명할 수 있다. 그러면 지체 없이 부대에 복귀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행동반경이 많이 넓어졌지만 여전히 위수지역이라는 것이 있다. 지역으로 통제하기도 하고 시간으로 통제하기도 한다. 대부분 작전지역 내 2시간 이내 복귀를 택하고 있다. 주말 아침에 눈을 뜨니 갑자기 양양 해변에 가보고 싶네? 친구야 떠날까? 이런 비계획적인 일상은 불가능하다. 항상 미리 계획하고 보고하고 움직여야 한다.


나는 처음에 이런 제한들 때문에 숨이 막혔었다. 일하는 시간도 아닌데 부대에 목줄 말뚝이 걸려있는 개가 된 것 같았다. 자유를 제한당하는 대가로 나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체 이런 것들을 견디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사람도 없었으며, 그냥 받아들여야만 했었지만 무언의 압박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지금 군대라는 거대 조직이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발생해도 전투력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고 대부분의 순간에 개인보다는 조직이 우선되며, 대단한 대가를 받지 못할 것이며, 그것이 군인으로 살아가면서 감내해야 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회가 선진화되면서 군대의 문화도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조직의 발전을 도모하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 적어도 "그냥 시키는 대로 해"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복종해" "질문하지 마" "그냥 해" 이런 분위기에서는 탈피했다고 본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받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스스로 이해하고 신념화시키고 행동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넓게 세상을 바라보면 어떤 조직에든 소속된다는 것은 개인보다 조직이 우선시되는 무수히 많은 순간을 잘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군대는 그 마음가짐을 아주 강하게 단단하게 가져야 하는 조직이다. 이런 마음 가짐이 군인의 명예와 충성이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를 제한당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마음에는 반드시 명예와 충성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직업을 해 나갈 수가 없다. 군인의 인사는 손을 들어 상대방에게 경의를 표하는 거수경례이다. 경례는 국가에 대한 충성, 조직원 상호 간의 복종과 전우애의 표시로 하는 예의의 동작이다. 경례를 하면 서로 눈을 바라보게 되고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먼저 경례를 하게 됨으로 저절로 상하 간의 예의가 성립된다. 반듯한 자세로 상급자의 눈을 바라보며 명예를 지키며,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수만 명의 장병들이 태극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국가와 국민의 명예를 지키고 충성을 다하겠다는 맹세를 했다. 이들이 있기에 오늘 우리가 에어컨 바람 잘 나오는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고 사색에 잠기고 몸과 마음의 사치를 마음껏 부릴 수 있음을 되새겨 본다.


잠시 자유롭지 못한 순간을 맞이하더라도 순응하는 마음으로 웃으며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그 견딤의 시간이 인생의 매 순간 견뎌야 하는 순간에도 절대로 누추해지지 않고 견딜 마음의 힘을 줄 것이라 믿는다.  

이전 07화 월급 180만원으로 1억 만들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