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진짜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요즘 자꾸 불만이 많아져요. 어른이 되어가나 봐요."
"그래? 왜 그런 생각을 해?"
"그냥 이해가 안되는 게 너무 많고, 다 내 마음 같지도 않고 그래요."
"네 주관이 뚜렷해져서 그럴 거야. 생각이 많아져서 그렇지 뭐"
어느 날 밤, 딸과의 대화 끝에 나온 이야기이다. 불만이 많아지는 게 어른이 되어가는 증거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아마도 자기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만든 상황이 아닌 다른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너의 선택이니까 가능하면 네가 행복한 방향으로 생각해. 괜히 불만 속에 빠져들지 말고. 엄마는 네가 행복하고 건강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딸이 어른이 되어 갈 수록 나는 어른으로서 어른답게 행동하고 말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행복하고 건강한 어른으로 살아오지 못했던 것 같다.
엄마, 딸, 아내, 군인 등으로 나에게 붙여진 직책에 대한 의무감과 책임감에 휩싸여서 모든 일들을 꼭 해야 하는 숙제 해 치우듯이 살았다. 딸을 키우면서 기쁨을 느껴보지 못했고, 행여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면서 살았다. 분명히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 있었을 텐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항상 조마조마하게 외줄 타기 하듯이 살다 보니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었던 즐거움들을 뒤로 미루게 되었다.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진짜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즐겁지가 않고, 해야 할 것 투성이인 내 삶에 불만족이 더 컸었다.
그 고통의 순간들을 잘 극복해 왔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내 안에 쌓여갔던 멍에같은 무거운 감정들은 나를 날카롭고 예민하게 가끔은 침울하게 만들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늘 유쾌하게 웃으면서 지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단지,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문제였고, 내 인생안에서 나를 더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 주지 못했던 내 잘못이었다.
딸이 군인의 길을 가보겠다고 했을 때 딸이 나를 따라 혹시라도 그 침울한 동굴을 보게 될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엄마보다는 더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딸과의 오랜 대화는 오히려 오랜 죄책감의 동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나는 항상 부족한 엄마였다고 자책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딸은 엄마가 진짜 멋지고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늘 엄마가 제일 멋있었다고....
나는 이제 얼룩무늬 군복을 벗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출발점에 서 있다. 다시 시작하는 삶에서는 딸에게 바랬던 것 처럼 샤랄라한 원피스와 샌들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봄날처럼 따스하고 포근한 삶을 살아보려 한다.
딸은 엄마보다 더 멋진 군인으로 진정 행복하고 건강한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지금 군대를 가고 싶은 마음처럼 다른 것이 또 하고 싶어지면 주저 없이 더 재미있는 것을 찾고, 인생에 주어진 여러 가지 숙제들에 끌려가지 말고 인생이라는 텅 빈 공간을 좋아하는 것들로 하나씩 채워가는 재미를 느끼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해야만 하는 일들도 있지만 하고 싶은 일들도 많을 테니,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자신을 위해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고 여행을 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세상이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만 되지 않더라도 현실을 인정하고, 한계를 느끼더라도 좌절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꿈과 현실의 균형을 잡고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해 나가는 기나긴 여정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모습이 많이 달라진다. 그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자신이 한 선택들이 만들어내는 인생을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칭찬하고 다독이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딸!
우리 매 순간 감탄하며 흥미롭게 가슴 뛰게 생기 있게 몰입하며 뜨겁게 행복을 느끼며 살아보자. 너의 삶이 봄날 햇살처럼 따사롭고 포근하기를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