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이상하다는 요즘 애

09. 선배들 이상하다더니 후배를 보니 그 마음 이해가 된단다.

by ATHA

"엄마! 이번에 후배들이 들어왔는데 요즘 애들 진짜 이상해요. 우리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니, 뭐 영어로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고 말로 다 설명하고 문자로 다 보내주는데 왜 그걸 못 알아듣죠?"

"몇시까지 보고해라. 이러면 그때 까지 보고해야 하는데 몰랐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되는거예요?"

"선배들이 우리한테 잔소리할 때 이해가 안 되었는데 후배가 생기니까 이제 이해가 될 것 같아요."

"와..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 애들은 진짜 이상해요"


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으하하하하하하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얼마전까지 선배들이 말도 안되는 걸로 자꾸 뭐라고 한다고 툴툴거리더니, 이제는 요즘 애들 이상하다고 그런다. 그래, 입장 바꾸어 생각해 보라는 말은 진리이다. 너무 진지하게 말을 하니 그 태도를 보고 있는것도 너무 재미있다. 나이로 구분되는 선후배 사이와는 다른 사회적 기준에 의한 상하관계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그 중에서도 후배의 입장이 아니라 선배의 입장이 되어있는 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너무 재미있다.


후배를 맞이하고 난 후에 딸은 아주 고민이 많아졌고, 궁금한 것도 많아졌다. 걱정도 많아졌다. 후배들이 들어와서 선배로서 알려주어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이해가 안되는 말과 행동을 해서 화가 났다고 했다.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자꾸 질문을 하고 말대꾸를 한다고 했다. 아마도 작년에 선배들도 우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진짜 어렵다고 했다. 임관해서 다른 간부들이나 병사들을 관리하면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여운으로 남겼다.


딸에게 요즘 애들 이상해라는 생각을 품게 한 여러가지 사건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공동구역 청소사건이다. 매주 한번씩 공동구역 청소를 해야 하고 청소 후에 점검을 받아야 하는 일이 있나보다.

청소를 하라고 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잠시 들러보니 창문을 열지 않고 빗자루질을 하기에 창문을 열고 청소하라고 했는데 후배들 중 한명이 추운데 굳이 창문을 왜 열라고 하냐고 투덜거렸다고 한다. 먼지가 날리니까 문을 열어서 환기시키며 하라고 몇 분 후에 다시 점검한다고 말을 하고 돌아와보니 깨끗히 청소하지도 않고 먼지가 쌓여있는 채로 그냥 앉아 있었다고 한다.


집에 오는 길에 아무리 생각해도 청소조차 제대로 못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 지적하는 선배에게 말대꾸를 하면서 기분 나쁜 태도를 보인 것도 이해가 안되고 앞으로 이런 후배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임관하면 어짜피 계속 만나게 될 사이인데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 힘들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사회 초년생이 겪는 일을 학군장교 생활을 하면서 조금 일찍 경험하게 되는 딸에게 나는 거꾸로 질문을 해 보았다.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알겠는데 엄마가 몇가지만 질문할께."

"청소하기 전에 방법을 알려 주었어? 예를 들면 문을 열고 빗자루질을 먼저하고 물걸레로 닦고 화장실 청소하고 하교시간을 고려해서 몇시까지는 끝내야 하고 마지막 상태는 바닥에 물기가 없고, 관물함에는 먼지가 없어야 한다. 뭐 이런 형식으로 말을 해 주었어?"

"헐... 선배들도 우리한테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지만 우리는 알아서 잘 했어요. 그리고 청소가 뭐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상식적으로 그런 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는거 아니예요?"


"그렇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그런데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거 아닌가? 이게 제일 위험한 생각이야. 사실은 살아온 환경이 다 달라서 상식이라는 선이 다 다르거든. 그러니까 너는 청소 쯤이야 스무살 넘으면 당연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집에서 청소기 한번 안 써본 애들도 있을 수 있어."

"와... 말도 안돼요. 자기 방 청소는 했을텐데"

"안타깝지만 그런 경험 없는 친구들도 많아. 누군가가 다 알아서 해 주고 공부만 하던 친구들도 있겠지"

어쨋든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제부터 후배들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하거나 일을 할 때는 이 정도는 알아서 하겠지라는 마음을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네 마음을 다치게 될거야."


딸에게 누구나 이 정도는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버리라 했다. 내가 이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개조시켜야 겠다는 생각도 버리라 했다. 이미 스무 살이 넘은 사람들이다.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다른 사람들이다. 그래서 상식이라는 선이 모두 다르다. 상식의 오류,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는 건 위험하다. 사회생활을 아주 자주 나의 상식과는 다른 상식과 다투어야 할 때가 있다.


어떤 조직이든지 첫발을 내딛을 때 내 방식을 따르라고 말하는 선배와 그 조직의 생리를 잘 알지 못하면서 내가 살아오면서 깨우친 내 방식을 고집하는 후배가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직장생활을 모티브로 하는 드라마에 여지없이 연출되는 장면들이다. 미생, 대행사 다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지점에서 합리적으로 합목적적으로 생각하고 정확하게 전달을 하지 못하면 선배는 꼰대가 되고 후배는 무개념이 된다. 후배니까 선배니까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규정짓고 그 잣대를 적용할 수가 없다.


보통 사회생활하는 계층을 크게 선배세대와 후배세대로 나눈다면 20~30대를 후배라하고 40~50대를 선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잘 들여다 보면 선배가 어쩌고 후배가 어쩌고 하는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금새 알 수 있다. 지금 20~30대가 살아갈 세상은 그들이 꼰대라 부르는 선배들이 만들어가고 있다. 그들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구상하고 기획하여 만들고자 하는 조직의 미래에 적합하다고 평가 받는 것 그것이 취업이다. 그 미래를 채울 사람이 되어서 조직에서 인정을 받고 그 조직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는 것이 올바른 성장이고 사회의 선순환이다.


오늘의 후배는 내일의 선배가 된다. 선배가 걸어가는 길이 곧 후배인 내가 걸어갈 길이다. 그 속에서 더 발전시킬 것을 찾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해 가는 것이 후배들이 해야 할 일이다. 선배의 조언을 "또 라테타령이군"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자신의 방식만을 내세우거나, 나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갖추고 무섭게 성장하는 후배들을 그저 아무것도 모른다고 치부하고 예전의 방식만을 고수하는 선배가 되어서는 안된다.


대부분 사회 초년생들은 조직생활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정확하게 교육을 받지 못하고 초중고, 대학까지 열심히 책으로 공부만 하다가 취업을 한다. 봉사활동, 아르바이트, 인턴 등을 통해 직접 사회경험을 쌓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어떤 조직이든 직장이라는 곳은 학교와는 다르다. 너무나 다양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모이고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매일 벌어진다. 그곳에서 나를 지키면서 인정받으면서 살아남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딸의 고민을 들으면서 사회생활에 대해서 선배로서의 조언을 해 주어야 할 때가 되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만만치 않은 곳에서 슬기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으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