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수용하는 리더가 되길

10. 군인으로 사회 첫발을 디딜 딸에게 꼭 해주고 싶은 한마디

by ATHA

딸이 학군장교로 생활하면서 이런저런 갈등을 겪으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보다가 어떤 조언을 해 주면 가장 도움이 될까 고민을 했다. 그동안 많은 후배들과 병사들에게 수없이 많은 조언들을 해 주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주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하나하나를 나열하며 알려주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고민고민 끝에 다양성을 수용하는 리더가 되도록 애쓰라고 말해 주었다.


교육을 받고 임관해서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장교는 리더가 된다. 작게는 한두 명, 많게는 수십 명의 병사들과 부사관들을 리드해야 하는 자리에 있게 된다. 보통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한동안은 막내 생활을 하고 때로는 10년도 넘게 막내로서만 생활하는 경우도 있지만 장교는 막내를 경험할 시간도 없이 리더가 된다.


군대의 초급장교는 리드해야 할 대상이 너무 다양하다. 의무복무를 하는 20대 초반의 병사들(소위들과 나이가 비슷한 병사들도 많다.) 의무복무를 하기 위해 장교나 부사관의 길을 택한 사람들, 직업군인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민간 기업, 일반 공무원, 교직원들의 사회는 비슷한 연령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하는데 비해 군대는 학력, 성장환경, 생활환경이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서 모여서 생활한다.


이런 다양한 타입의 구성원들을 만나다 보면 딸이 겪었던 청소 에피소드처럼 '나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아주 자주 접하게 된다. 그때마다 '이상하다'를 반복하다 보면 조직 생활이 재미가 없어지고 재미를 잃어버리면 발전도 없어진다.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받아들이고 그 생각에 대해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리더는 행동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사람은 아니다. 리더가 올바로 행동하면 사람들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어떤 모양새로 따라오느냐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궁극적으로 함께 목표에 도달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그렇게 하나씩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함께 겪어가다 보면 원래 가지고 있던 습관이나 생각이 변하기도 하는 것이다.


군대가 다른 조직에 비해서 계급의 권위가 잘 지켜진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타인의 의견을 듣지 않고 항상 자기 생각에만 휩싸여서 행동하는 사람을 리더로 인정하기는 힘들다. 가정, 학교, 직장 어디에서건 사람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좋은 관계를 만드는 첫걸음은 먼저 상대가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수용하는 것이다. 스무 살이 넘어서 이미 자기의 색깔이 분명해진 사람들 속에서 그 생각까지 들여다보면서 리더로서 행동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그런 생각은 애초에 버리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건조한 관계를 유지하라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람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주어진 임무를 달성할 수 있다. 한 팔의 거리를 유지하라는 말을 한다. 앞으로 나란히 하는 것처럼 한 팔을 어깨 높이로 들어 올리고 둥글게 돌 때 생기는 원, 딱 그만큼의 공간은 각 개인의 영역으로 남겨두라는 것이다. 팀이라고 해서 꼭 나와 100퍼센트 겹쳐지는 사람들로 구성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솔직히 이 말을 하고 있는 나도 이 말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잘 안다. 하지만 노력해야 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개인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은 사회적 분위기에서 함부로 남의 원 안으로 침범하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딸과 마주 서서 원을 그리고 서로 몸에 손이 닿지 않는 만큼만 가까이 서 보았다. 눈빛도 교환되고 숨소리도 들리고 목소리도 들리고 미세한 움직임도 감지가 되지만 서로 침범받지 않는 편안한 기운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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