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사람을 당해 낼 수가 없다

08. 미국 A&M대학 리더십 연수

by ATHA

딸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옛말이 틀린 말이 하나도 없고, 사람 사는 이치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을 하든지 즐기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고 했다. 기초 훈련이 끝나고 자기 말대로 자신감이 충만해진 딸은 학군장교로서의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학군장교의 기본적인 생활모습은 과거나 지금이나 별 차이점이 없어 보였다. 학교 다니면서 군사학 교육을 들어야 하고, 제복을 입고 다녀야 하고, 무거운 007 가방을 들고 다닌다. 전문 교관들에 의한 교육도 있지만 선배들이 이것저것 알려주기도 하고 그 와중에 야단맞는 일도 있다.(물론 과거처럼 벌을 주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없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날 학군단 또는 그와 연계된 이야기를 하느라 하느라 쉴 새가 없다. 지하철 안에서 낯선 사람들의 눈초리를 한 몸에 받으면서 허리 꼿꼿이 세우고 있느라 힘들었다고도 하고, 모르는 할아버지가 초록색 임관반지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군대생활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따금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학교에서의 선후배 관계도 좋고 후보생으로 지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되고 훈련도 재미있다고 했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처음 경험해 보는 것들과 부딪치면서 몸과 마음의 근육들이 더 단단해지고 어디가 취약한지를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은 미국대학에서 학군장교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리더십 연수 프로그램에 선발이 되어서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3주간의 리더십 연수를 받은 딸은 한국과는 다른 더 큰 세상을 만나고는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텍사스 주립대학의 학군장교들은 군인의 길을 가기 위해서 입단하는 학생들과 충성과 명예, 규범 준수에 대한 의식을 배우고 시민으로서 명예롭게 생활하기 위해서 입단하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굉장히 고강도의 훈련에 항상 최선을 다해서 임하고,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전원이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학년 간의 기강이 매우 철저하지만 서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내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외국사람들은 모두 자유분방하고 즐기는 것만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굉장히 보수적이고 규칙을 잘 지키고, 절제하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바른 생각과 태도를 갖고 세상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어디서 무엇을 하든 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으며, 처음에는 무조건 군대를 가서 끝까지 군인을 직업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군대에 가서 최선을 다 해 보고 잘 맞지 않거나 군인 이외에 진짜 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를 해도 도통 들은 체 만 체하더니 엄마가 항상 하던 말들을 아주 잘 요약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역시 스무 살이 넘으면 엄마말은 잘 안 들리나 보다.


딸이 학군장교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굳이 꼭 이런 걸 해야겠냐고 오며 가며 툭툭 한 마디씩 내던지는 못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딸을 해외 리더십 연수에 보내놓고 마음 정리를 많이 했다. 결국,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 가는 것이라는 것을 잊었던 것 같다. 자식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또 찾았다면 그 선택을 존중해 주고 지지해 주는 것이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책에서 배웠다. 이성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행동으로는 실천하지 못했다.


이제 정말로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어떤 조언을 해 주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올바른 판단력을 갖추고 자신의 미래를 잘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고 진짜 사회초년생으로서 첫발을 내딛게 될 딸을 위해 올바른 조언의 말을 들려주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 리더십 연수 이야기를 짧게 정리해 보았다.


대한민국 장교 연합회에서 매년 각 대학의 후보생들 중 신청자를 받아서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으로 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4주 일정으로 전행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2년간 진행을 못하다가 진행하는 거라 올해는 3주만 다녀온 것이다.


전국의 대학에서 균등하게 선발한다. 대부분 육군이고, 해군, 공군, 해병대는 1명씩만 선발된다. 비용은 ROTC 총 연합회와 학교 ROTC 동문회에서 지원해 주었다.(용돈은 개인이 준비한다.)

미중부의 명문대학인 텍사스 주립대학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학군장교 명문으로 명성이 높다. 그리고 NASA가 있는 지역이라 공과대학이 유명하다. 지역의 한국 학군장교들과의 인연도 깊다.


미국은 학군장교로 선발되면 4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훈련과 학업을 병행하고 졸업 즈음에 군대를 갈지 일반 기업을 갈지 결정한다. 군대와 기업에서는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등을 검토해서 선발을 한다. 학군장교로 생활하면서 졸업요건을 갖추면 대학 총장의 리더십 인증서와 추천서가 발행되는데 취업할 때 추천인과 추천서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기업들은 채용할 때 리더십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A&M 대학은 4천 명의 학군장교가 있다. 육군, 공군, 해군, 해병대가 한 학교에 다 있다. 약 60% 정도는 일반 기업에 취업, 40%는 군대로 취업한다. 미국은 모병제이기 때문에 지원을 해도 군대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


연수 가기 전 이미 A&M대학에서 함께 생활할 buddy(아주 가까운 친구라는 표현인데, 연수기간 동안 단짝으로 한국인 친구를 지원해 줄 미국학생)를 미국 대학에서 미리 신청자를 받아서 매칭해 주었다. 낯선 나라에서 오는 친구들의 버디를 서로 하겠다고 해서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고 미국 가기 전에 먼저 교류를 시작했다. 딸의 버디는 웃는 모습이 너무 이쁜 1살 많은 학생이었다. A&M대학에 도착했을 때 새벽 3시였는데도 모든 버디들이 자지 않고 기다리며 마중을 해 주었다고 한다.


A&M 학군장교들과 같은 기숙사를 배치받고, 일과를 같이 하고,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버디들과 함께 학교 투어를 하거나 개인적인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좋은 버디를 만나서 버디의 친척들과 교류도 하고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가기도 하고, 버디의 차로 근처 시내에 놀러 가서 좋았다고 했다.


연수 프로그램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NASA를 방문한 것이었다고 한다. 전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자들이 모여있는 NASA를 방문하고 설명을 듣고 그들의 비전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딸은 연수에서 돌아와서 그 경험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공유했다.

자기만의 세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해 가는 딸의 모습이 대견하고 감사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bs7-grFs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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