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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May 27. 2023

물은 바다로...

제주에서의 사색 1

어쩌다 오게 된 제주 출장

2박 3일 동안 제주 모든 부대를 다 돌면서 지도(?)를 하고 윗분들 모시고 다니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황금 같은 시간을 지금 보내는 중이다.


 여기 남겠습니다. 이틀만 더 있다 가겠습니다.

야. 혼자 남는 게 어딨어. 같이 가야지!!

아닙니다. 이미 숙소랑 비행기표도 다 예매했습니다.

오메기떡 사가겠습니다!!


하하하 하하하 신난다.


오랜만에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웠다.

제주 출장 계획을 보고 슬쩍 주말에 휴가를 신청했다. 내가 제주에 머무는 사이 저기 평양 있는 누군가 개수작을 부려도 긴급 복귀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게..아무도 나를 찾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꼭 가보고 싶었던 거문오름 탐방 예약도 했다.


제주도는 이번이 여섯 번째이다.

모두 가족들과 함께였다.

나는 계획담당이자 집안의 집사이고 매니저이다.

숙박, 렌트, 먹거리, 볼거리, 이동계획, 운전, 경비마련까지 그리고 운전과 사진도 모두 내 몫이다.

가족들은 내가 계획하면 대부분 만족도 150% 이다.

그 덕분에 제주에서 관광지는 거의 다 가 본 것 같다.


거의 20년 동안 전국 유명한 관광지는 그런 식으로  돌아다녔다. 직업 특성상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아서 여행의 갈증을 국내에서 원 없이 풀었다. 나중에 가이드를 해도 될 것 같다. 그래서인지 꼭 가보고 싶은 곳은 독도, 울릉도, 백령도 정도이다.


물론 생활밀착형 여행이 아니었기에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나중엔 국내외 지역별로 한 달씩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꿈꾸면 현실이 될 거라 믿는다.


이번 출장에서 이어진 제주여행은 짧지만 특별하다.

거문오름탐방예약을 한 것 말고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무계획이 체질에 안 맞는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괜찮다. 지금도 생각 없이 걷다가 만난 올레길 코스에서 물이 흐르는 것을 보며 이 글을 적고 있다.


제주 올레길 4코스 어느 작은 개울가
바다로 흘러가는 물줄기

제주는 화산 암반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데 이 물든 다 천연 암반수인 건가??

손을 넣어 물을 만져보니 수돗물은 아니 것 같다. 물이 미끌거린다.  발도 살짝 담가본다. 벌써 온도가 낮다.

발을 담그고 보니 브런치 작가님이 필라테스에 대해 쓰신 글이 생각나서 실행에 옮겨보았다. 발가락 들어 올리기를 해 본다.


1단계 엄지발가락만 들어 올리기

2단계 엄지는 고정하고 나머지 네 발가락 들어 올리기


발가락 들어 올리는데 어깨랑 손가락도 같이 움직인다.

들썩들썩 우스운 몸짓이 나온다. 몇 번의 연습 끝에 겨우 비슷하게 들어 올려졌다. 꽤나 어려운 수행이다.


신나게 발 담그고 발가락 수행을 하는데 올레길 걷기 하는 분들이 ' 와~ 시원하겠다~' 하고는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오늘 꼭 완주해야 하는 코스가 있을 것이다.


오늘 꼭 해야 할 일이 없는 나는 이 글을 다 쓰고 일어날 생각이다.

브런치에서 글로 자주 뵙된 은수작가님이 제주에 계신다 했다. 제주 출장 왔다니 글에서 또 반겨주셨다. 새로운 설렘이다. 이곳에 글로 소통하는 멋진 분이 계신다는 것이 묘한 안도감을 준다. 용기 내어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글을 쓰기를 참 잘했다 싶은 순간이다.


물은 바다로 흐르지만 사람은 사람에게로 흐르는 것 같다. 윤회를 믿는 편은 아니지만 옷깃 스치는 인연은 억겁의 시간이 만들어내는 것이라 했는데 옷깃이 아니라 생각이 스쳤으니 더 소중한 인연이 아닐까...


사람의 인연이 부질없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 사람에게로 흐르며 대양에서 가슴 따뜻한 위안을 주는 사람을 만나고 위안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에게 만큼은 낭만으로 살고싶다. 우리 생에 낭만이 없으면 뭔들 가슴에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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