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대마초에 대해
웰컴 투 빠통!!
태국의 푸껫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이 빠통 해변이다. 푸껫 공항에 내리면 엄청나게 많은 택시업체들이 ppatong 200bt라고 쓴 종이를 들고 빠통, 빠통이라고 외치고 있다. 푸껫에서 빠통까지 가는 공항버스는 1인당 100bt인데 200bt를 내면 택시에 여러 명이 합승해서 갈 수 있다. 방콕에서 지하철과 수상버스, 택시만 이용했기에 현지 느낌도 느껴볼 겸 공항버스를 타기로 했다.
처음 타보는 외국의 공항버스에 기대를 잔뜩 안고 올라탔다. 한국에서는 곧 폐차를 시켜야 할 듯이 낡았고, 묘한 냄새가 가득했다. (딸과 나 둘은 한국인, 미국인 2명, 프랑스인 2명, 중국인 2명이 탑승했다.) 그래도 넓은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밖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자연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공항버스가 만차가 되지 않자 버스 업체는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추가 요금은 받지 않고 승합차로 바꿔주겠다고 했다.
덕분에 약간 좁은 승합차에서 27살 미국 청년이 빠통 해변에 대해 얼마나 큰 기대를 가지고 왔는지에 대해서 여자친구에게 한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것을 고스란히 다 감당하면서 이동해야 했다. 외국 아이들은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 같은 건 없는 것 같다. 아니면 동양인인 우리가 그들이 영어로 떠드는 것을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큰 소리로 떠들었을 수도 있다. 제발 조용히 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아... 푸껫의 자연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분명 구글 지도상으로는 해안가를 따라 이동하는 경로였는데 택시는 산을 하나 넘어서 시내에서 해변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한국의 동해안 고속국도처럼 해안가를 보면서 달리는 길은 아주 드물다고 하더니 푸껫은 해안도로는 없다고 했다. 지형이 그렇게 생긴 탓일 것 같다.
공항에서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빠통 해변의 주 출입구에 내린 나의 첫 느낌.
여기 인천 을왕리야? 내가 이거 보려고 푸껫까지 날아온 게 아닌데?
빠통 해변으로 들어가는 주 진입로는 오래된 전신주와 낡은 상점들과 즐비하게 늘어선 술집들, 막혀서 악취가 나는 배수구 그 사이로 어지럽게 다니는 차와 사람들로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이건 아닌데... 내가 상상한 건 이런 건 아닌데... 도대체 그 젊은 외국인들은 무엇을 위해서 여기까지 놀러 와서 10일 이상을 체류한다는 것일까? 나는 지금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당황하지 말고 일단 이 도로를 통과해야 해변으로 나가는 것이니까 한번 들어가 보자. 딸의 손을 꼭 잡고 아무도 우리를 거들떠보지 않는데 누군가 혹시 공격을 하면 재빠르게 도망가거나 어설픈 무도 실력으로 제압해야지 하면서 시커먼 길 위를 걸었다.
그러다 마주친 이 초록색 잎사귀의 비밀... 이것이 그 유명한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상점이다. 오호라 내친김에 한번 구경해 볼까 말을 했다가 딸에게 엄청 야단맞고 길 건너편에서 사진을 찍었다. 대마초 판매점 양 옆에 약국이 있는 것은 대마 피우고 이상 증세 있으면 약국으로 오세요. 이런 뜻인가? 이런 해피마켓이 골목골목 쉽게 눈에 뜨이는 곳에 있었다. 지나가는 길에 또 큰 상점이 있어서 슬쩍 쳐다보니 아주 예쁜 병에 여러 가지 향을 입혔다고 하면서 작은 담배처럼 돌돌 말아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젊은 외국친구들이 상점에서 이것저것 냄새를 맡아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하... 이 외국 친구들은 여러 가지 대마초를 흡입하기 위해서 여기에 오는 것인가? 영화에서 해변가에 수영복을 예쁘게 입고 대마초를 나누어 피우는 남녀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 기억났다. 음... 그런 곳인가?
어둠이 점점 짙어지는 이 골목이 밤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예상되기도 했다. 이태원, 강남, 홍대의 클럽거리가 연상되었다. 낮에는 음산하고 죽어있는 듯한 그곳이 어둠이 내려앉으면 네온사인과 흔들리는 사람들로 활기를 찾고 밤새 열기가 식을 줄 모르다가 해가 떠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한 침묵 속으로 내려앉는다.
그리하여 이 거리의 비밀을 파헤치고 그 유명하다는 야시장을 가 보았지만... 그냥 다시는 오지 말자로 종결되었다. 이 거리는 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었다. 밤이 되자 도로는 차가 다니지 못하게 통제되었고 술집들은 활기를 띠며 음악을 틀어대고, 핫팬츠와 짧은 상의를 입은 이쁜 태국 아가씨들이 술집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호객행위를 하는 많은 청년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우리 술집에서 쉬어가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어떤 배가 볼록하게 나온 머리가 희끗한 외국 아저씨는 다섯 명의 아가씨들과 함께 신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밤이 깊어 갈수록 음악 소리는 더 커지고 사람들의 목소리도 더 커지고 있었다. 트랜스젠더의 천국답게 엄청 덩치가 큰 여자들이 하이힐을 신고 사진을 찍겠냐고 말을 하며 관광객의 손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모르고 사진 한번 찍으면 200bt를 주어야 한다.) 그 혼잡한 길을 유모차를 끌고 구경 다니는 사람도 있고,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대마초를 입에 물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어딜 가나 이런 해변가에서 보는 풍경은 비슷하구나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났다. 외국이라서 좀 무섭기도 했지만 처음 홍대와 이태원의 핼러윈데이를 경험하면서 심하게 놀랐던 경험이 있어서 빠통에서의 경험은 딱히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다만, 대마초와 그 후진국형 호객행위가 좀 인상적이었다.
빠통해변은 4km에 달하는 넓은 해변인데 좌우측은 좀 조용하고 큰 리조트들이 밀집해 있고, 이 길을 중심으로 해변의 중앙에는 약간 저렴한 숙소들이 밀집해 있다. 좌우측 해변은 백인들이 많고, 중간은 중국, 아랍, 인도, 인도네시아 쪽 사람들이 많다. 좀 깨끗하고 젊잖게 놀고 싶으면 해변의 좌우측으로, 광란의 밤을 느껴보고 싶으면 중앙으로 숙소를 잡고 놀면 될 것 같다. 태국의 자연을 먼저 쓰려고 했는데 일단 이 대마초 이야기부터 써야겠다 싶어 짧게 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