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짧은 여행일기 237

에필로그- 내가 좋아하는 나를 찾아보자

by ATHA

내가 좋아했던 나를 찾아보자.

나는 바쁘지 않으면 살아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집에서도 가만히 앉아서 티브이를 보거나 누워서 쉬는 걸 잘 못한다. 티브이를 볼 때도 계속 스트레칭을 하고 있고 잠을 잘 때 말고는 누워서 뒹굴거리는 것도 못한다. 주말에도 늦잠을 자지 못했다. 조금의 여유시간이 생기는 것도 수용이 안돼서 빡빡하게 계획을 세우고 움직였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하지 못하는 일들을 빼고는 뭐든 경험하며 살려고 무던히 애쓰면서 살았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나는 무기력과 우울의 늪 속으로 빠져들었고 머리와 마음이 무거운 상태로 지내왔다. 그 사이에 나는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하고 싶은 것이 없어졌고, 새로운 것을 보아도 감동하지 않았고, 슬픈 일이 생겨도 많이 슬퍼하지 않았고, 기쁜 일이 생겨도 기쁘지 않았다. 주말에 늦잠을 자고, 아무 생각 없이 티브이를 보면서 소파에 누워있고 뒹굴거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신을 돌보는 일도 귀찮아졌고, 좋아하는 운동도 하지 않았고, 그냥 숨쉬기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을 계획할 때도 그냥 간다는데 의미가 있지 무엇을 하든지 관계없으니 딸에게 마음대로 계획을 세우라 했다. 나는 그냥 하자는 대로 하겠다고 하면서...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미친 사람처럼 시계 초침처럼 돌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도 그저 무기력함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사람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나를 찾아보자는 마음이 일어났다. 해야 하니까 필요하니까 배워왔던 하는 일에서 벗어나서 그럴듯한 스펙 속에 숨겨진 가려진 나를 다시 찾아내야겠다. 버킷리스트 그런 것과는 다르다.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사회인으로서의 나에게서 한 발자국 물러서서 나를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1년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1년 동안 어떤 것도 단정 짓지 말고 지금까지 해 왔던 것들에서 벗어나서 다른 것들을 경험해 보려 한다. 내가 어떤 것에 가슴이 뛰는지를 알아내는 과정이다.


어른도 적성검사가 필요하다. 나는 MPTI에 열광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 문항 많은 어려운 검사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 문항이 많아서 중도에 포기할지도 모른다. 설문조사 이런 거 엄청 싫어하는데 한번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는 것이 참 기쁘다. 나를 들여다 보고 내 마음에 씌워진 가면 속의 나, 취약한 곳에 특히나 두껍게 씌워진 가면을 살그머니 벗겨내고 그 취약한 곳을 들여다보고 가면을 쓰지 않고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그렇게 한번 나를 들여다 보고 치료해 주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이런 중요한 생각을 선물해 준 딸과의 여행에 감사하다.


늘 꿈꾸어 오던 순간이다. 딸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것 그 작은 꿈을 이루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사실 3대가 함께 하는 해외여행이 목표였는데 더위에 너무 약한 친정어머니는 절대로 여름에는 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비행기 2시간 이상 타고 가는 곳은 가지 않겠다고 하시는 바람에 3대가 함께하는 여행은 무산되었다. 하지만 딸과 함께 하는 여행을 성공했다. 딸이 여행 계획을 다 세우고, 숙소와 비행기, 각종 체험의 입장권 예약까지 다 했다. 이참에 전속 가이드로 임명을 했다.


이런 걸 돈 주고 사 먹는다고?""너무 비싸다""이거 안 하면 안 돼?" 이런 말을 해서 산통 깨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 다음 여행지는 대만이다. 또 함께 할 그 여행이 기대된다. 다음에는 다른 곳을 가보자는 계획을 세웠으니 함께 여행하지 못할 정도의 엄마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하지만 20대의 여행 스케줄은 살인적이다. 다음 여행은 내가 계획해 보리라...

sticker sticker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