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철학자

쌍둥이들(1)

by 영희

"아빠 싫어! 싫단 말이야"

우야가 새벽부터 아빠가 싫다며 때를 쓴다. 때를 쓰는 우야를 지켜보던 호야가 가만히 다가간다.

"우야, 인간은 누구나 사랑해야 해. 싫은 사람도 좋은 사람도 모두 사랑해야 해"

"그래도 나는 싫단 말이야. 난 엄마만 사랑할 거야"

"그래도 사랑해야 해 알았지?"


호야와 우야는 46개월짜리 쌍둥이 남매다. 내게는 손주가 되는 샘이다.

1분 오빠인 호야가 인간을 사랑해야 한다며 우야를 달래는 모습이 꼬마 철학자다.

누가 그런 말을 했어? 호야, 인간을 사랑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어?라고 묻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와! 우리 호야는 어린 철학자야... 인류애가 가득 찬 철학자야!"라고 호들갑을 떨어 줄 수밖에.

순간 호야의 작은 어깨가 으쓱 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 아이들을 키울 때는 몰랐던 에피소드들이 손주들을 키우면서 눈에 띄는 것을 보면서 힘은 들지만 그 재미 또한 꽤 쏠쏠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아이들이 노는 것, 먹는 것, 심지어 배설하는 것 까지도 사랑스러우니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주바보 맞다.


출산 한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저희들끼리 대화를 주고받을 정도로 자란 걸 보니 대견스럽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하다.

출산 직 후, 쌍둥이들의 육아에 베이비시터와 할머니, 이모할머니들까지 동원되었다. 36개월까지는 매일매일 정신없었다. 쌍둥이들의 육아노동은 두 배가 아니라 4배가 넘었다. 이 시기즈음에 오는 육체적 정신적 힘듦이 산후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40개월이 넘고 대화가 시작되니 조금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동화책을 읽어 주면 감정 이입이 되는지 펑펑 우는 우야.. 긴 공룡의 이름을 술술 말하는 호야...

모든 게 처음인 것처럼 신기할 수밖에 없는 초보 할머니에게 '인간을 사랑해야 한다'는 꼬마 철학자의 말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비록 저는 때를 쓰면서 영희 할머니 미워, 싫어를 계속 외친다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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