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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pr 13. 2020

베란다 텃밭, 더덕이 자라요.

11일 만에 싹이 났어요

올해는 내가 살고 있는 곳 도시텃밭 모집과 시작이 코로나 19로 늦어지고 있다.

매년 3월 초에 접수해서 4월 중순이면 개장을 했는데

올해는 4월 초에 모집을 해서 5월에 개장을 한다고 한다.

도시텃밭이 늦어지고 있으니 베란다텃밭에 관심이 생기고 있다.

흙에 뭔가를 심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4년 경력 도시텃밭 농장주의 본능일까?

친정에 가서 일하고  밭 가장자리에서 자라고 있던 더덕을 몇 포기 뽑아왔다.

지난해 초겨울 더덕을 캐낸 자리에 씨가 떨어진 곳에서는 다시 싹이 나고 있었고 

1년생이 넘는 더덕들은 벌써 덩굴을 만들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거 뭐할라꼬 캐노. 더덕 뿌리가 커질 건데 화분에서 못 키운다"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네 포기를  뽑아왔다..

더덕 꽃이 예쁘고 향이 좋아서 집 안에서 키우고 싶어서 얼른 상자에 담아서 차에 실었다.

더덕꽃

종모양 예쁜 더덕 꽃이다.

4년 전,  이 곳에 더덕 다섯 포기를 심었다.

옆 밭에서 더덕 씨를 뿌리면서 날린 씨앗이 엄마 밭둑에도 떨어져 자라고 있길래

줄 타고 올라갈 끈이 있는 곳을  찾아 심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씨앗을 받아서 밭 가장자리 한 곳에 뿌렸는데

지난가을, 드디어 더덕 맛을 봤다.

올해도 벌써 1년생 혹은 2년생은 이렇게 쑥 고개를 내밀고 올라오고 있었다.

엄마가 이곳에 콩을 심겠다는 걸 예쁜 모종을 보여주며 더덕 밭으로 두자고  설득했다.



더덕을 한 화분 심으며 베란다텃밭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더덕 밭이 생겼으니 베란다텃밭이라고 부르고 싶다


집에 와서 하루 지난 뒤 3월 30일에 깊이가 있는 화분을 골라 모종을 심었다.

물 빠짐이 좋아야 해서 마사토를 깔고 그 위에 배양토와 밭에서 가져온 흙을 섞어서 넣었다.

모종을 심고 난 뒤 지주대를 꼽고 한두 시간 두었다가  물을 듬뿍 주었다.

심고나서 바로 물을 주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네 포기를 심었는데 심을 때 보니까 한 포기는 뿌리에 호미자국이 나 있었다. 

혹시나 해서 심긴 했는데 결국 자라지 못하고 잎이 마르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오늘 뽑아냈다.


더덕 씨앗

여유공간에 더덕 씨앗도 몇 개 심었다.

씨앗은 기장 크기만큼 작다.

지난해 받아 놓은 씨앗이 있어서 하루정도 물어 담갔다가 화분에 심었다.

씨앗이 너무 작아서 집게를 사용했다.

심고 나서는 매일 줄기가 얼마나 자라 오르는지 씨앗이 올라오는지 흙을 샅샅이 스캔했다.


씨앗이 자라 올라오고 있다.


4월 10일 연둣빛이 흙을 뚫고 올라오고 있었다.

생명의 신비 같은 성스러운 순간이었다.

살짝 비치는 연두색이 내 눈에는  엄청 크게 보였다. 

그리고 이 사진은 4월 12일 아침 모습이다.

싹이 어느정도 모습을 갖춘 것 같다.

그동안 이사한 모종들도 지주대를 잡고 잘 오르고 있다.

아직도 남편은 

"뿌리가 커질 건데 거기서 어떻게 자라노"

"뭐.. 더덕 꽃도 보고 알싸한 더덕향이나 맡으면 되지. 더덕 뿌리는 장모님 한테 얻어먹고 말이지"

그런데 더덕 순이 자라는 속도가 심상찮다. 

지주대를 잡고 올라가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지주대를 넘어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다시 위치를 옮겨서 벽에 줄을 달아야겠다.

물론 남편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번 여름에 베란다에서 솔솔 풍겨날 깊은 산 속 더덕향이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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