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죽음이 가만히 다가와
찬 이마에
손을 얹으면
나는 고백하리라
오랜 시간
나란히 걸어봤으나,
삶과는
영영 닿지 못했노라고
갓길에서 스친
많은 이들은
얼굴이 없거나
수만 개였고,
그래서
꽉 안아보지 못했노라고
그림자처럼 웃으며 고백하리라,
나는 결코
살아보지 못했노라고
아니, 끝내
살아내지 않았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