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살얼음 낀 공기
열차를 기다리며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었지
까만 스타킹 신은 다리를 쭉 뻗고
까맣게 반짝이는 단화 앞코를 탁탁 부딪혔지
(여긴 여름이야)
어디로 가고 있니
도로시
까만 봉지에 담겨있던 귤색 귤
몇 개였더라
껍질을 벗기던 너의 손
짧은 손톱을 물들이던 귤색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의 옆얼굴도
귤 조각을 입에 넣어주던
까맣고 건조한 너의 손에서
귤맛이 날 것 같아
입술만 조금 벌려 받아먹었지
새처럼
열차가 들어오고 나가고
우리는 다음 열차에 탔던가
아니면 그다음 열차
기대지 말라는 문에
기대어 서있는 네 몸에
내 마음을 기댔다
기대지 말걸
봄이 오고 가고
또 오고 가고
그다음 봄에야
기댔던 마음을 세웠을까
난 아직도
사선으로 걸어
귤색 가로등 아래 길어지는
까만 그림자처럼
까만 단화에 먼지가 쌓였다
아직 발에 잘 맞는데
이제 신지 않아
발을 넣으면
앞코를 탁탁 치고 싶을까봐
그래도 먼지를 털어
먼지에서 귤 냄새가 난다
여름에 먹는 귤은 달지가 않아
어디로 가고 싶니 도로시
그럼 난
겨울이 없는 곳으로
(다시 그 겨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