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고 망설이다
내 안의 수많은 나를 이기고
거미나 개미를 죽일 때
휴지로 누르거나 약을 뿌릴 때,
어떤 나는 몸서리친다
더 깊이 숨는다
수많은 나를 이긴 나는
손을 씻는다, 돌아와 앉는다,
한 존재의 생을 끝내고도
내게 남은 시간을 산다
당연하다는 듯
그 생이 내 것보다 가볍다는 듯
어떤 나는 그런 나를 외면하고 싶다
고개를 돌린다,
또 다른 나는 그런 나를 용서할 수 없다
잔인한 나, 비겁한 나
나는 그중 가장 미약한 나
가슴이 조인다
귀가 뜨겁다
싫어하는 사람과 마주친 것처럼
나는 나와 함께 하지 않는다
나는 나이기를 거부한다
나는 나를 벗고 싶다
나는 나와 화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