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 캐년, 신성한 정령들의 낙원
몰몬교의 정식 명칭은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다. 1830년 뉴욕주에서 조셉 스미스라는 이가 교회를 세웠다. 기존 교단과의 갈등과 박해로 타 지역으로 방랑하다 1844년 일리노이에서 암살된다. 후계자 브리검 영(Brigham Young)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서부 대이동을 단행해 1847년, 당시 멕시코 땅이던 유타(Utah) 주의 솔트 레이크(Salt Lake)에 정착한다. 그리고는 그곳에 몰몬교의 공동체를 세우고는 성지로 삼는다. 조셉 스미스가 모세라고 한다면 브리검 영은 여호수아인 셈이고 유타는 가나안이 된다고나 할까. 오늘날 유타주 인구의 약 60%는 몰몬교도라고 한다.(2023년 기준) 남부 유타의 경우는 80%가 넘는다고.
몰몬교도의 일부는 자이언(Zion) 캐년에까지 이르러 이곳의 기묘한 형상을 보고 ’신성한 곳‘이라 생각, 그것에 영어식 이름을 붙였다. 자이언의 히브리어식 표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시온‘이다. 유대인에게도 그 어원은 명확하지 않다는데 고대 팔레스타인의 특정 지역 이름이라는 설이 제일 유력하다. 솔로몬이 예루살렘에 성전(제1 성전)을 짓고 그곳 중앙에 언약의 궤(Ark of Covenant)를 모셔 시온이라 부른 이후로는 상징적인 의미로서의 ‘신성한 곳’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오니즘은 세상을 떠돌던 유대인들이 그 시온으로 돌아가자는 실존적, 정신적 운동을 한마디로 압축한 표현이다.
33년 전 자이언 캐년 북부를 자동차로 스쳐 지나간 때는 해 질 녘 땅거미가 내려앉는 무렵이었다. 브라이스 캐년 일정을 마치고 부리나케 라스베가스로 옮겨가던 중이었다. 기괴한 모습을 지닌 거대한 암석의 위압적 돌산이 어스름과 어우러져 자아내는 분위기는 가히 공포스러웠다. 금방이라도 검은 악마가 교통량이 거의 없는 도로 위를 외롭게 달리는 내 차를 덮쳐올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었다.
자이언 캐년에 대한 이미지와 기억은 이렇듯 스산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진입 자체를 북쪽이 아닌 주 출입구인 남쪽의 스프링데일(Springdale)을 통했다. 늦은 오후였지만 햇볕이 계곡에 그득하여 거대한 암석 덩어리들도 위압적이라기보다는 신묘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150여 년 전에 처음 이곳에 발을 디딘 몰몬교도들이 느꼈을 신성함이란 아마도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
숙박시설이 밀집된 스프링데일의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부터 협곡 깊숙한 곳에 위치한 시나와바 템플(Temple of Sinawaba)까지 완만한 계곡길엔 셔틀버스가 수시로 오간다. 총길이 12.4km(7.7마일)의 도로다. 자동차는 미리 허가받은 차량만 드나들 수 있다. 계곡물도 돌산임에 비해 의외로 풍부하여 흐르는 물소리가 건조하나 상큼한 대기와 함께 청량감을 더해준다. 물은 지형 특성상 모래와 흙이 섞여 흘러내리는지라 탁한 듯하면서도 에매랄드 빛깔을 지녔다. 때문인지 계곡 중간에 ‘Emerald Pool’이라는 곳도 있다. 계곡 끝(상류)에는 <The Narrows>라는 좁고 물살이 빠른 부분이 있는데 많은 여행객이 그곳까지 탐방하며 물속 트래킹을 즐긴다.
계곡을 따라 트레일이 잘 다듬어져 있다. 무리 지어 트래킹 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특히 가족단위로 자전거족이 무시로 움직인다. 셔틀버스는 보행객은 물론 이들 자전거족을 우선하여 완급을 조절해 가며 운행한다.
날은 맑고 대기는 청명하며 따라서 하늘은 높고 푸르다. 미국은 땅만 넓은 게 아니다. 하늘은 더 넓고 그만큼 광활하다. 그 넓디넓은 하늘에 비행운이 높고 어지럽게 교차하기로는 세도나나 페이지, 브라이스 캐년 등을 구분하지 않는다.
마눌은 이번 여행에서 제일 편안한 곳으로 자이언 캐년을 꼽았다. 무엇보다 계곡의 물소리가 좋단다. 황량한 사막지역을 내내 거쳐왔음에랴.
신성하기도 해야겠지만 세상이 평안하기로 이곳 자이언 캐년만큼만 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