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의 추억

소명(Calling): 얼굴조차 본 적이 없는 이들을 위한 헌신

by 최익석bomiromi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원작은 잘 알려진 대로 60~70년 대 미국드라마 <Mission: Impossible>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5전선>이라는 제목으로 KBS에서 방영했다. 서치 해보니 시즌 7까지 만들어졌었다. 60년 대 말 초딩 시절, 이 미드(물론 당시에는 이런 단어, 용어가 없었다)가 방영되는 날에는 밖에서 뛰어놀다가도 시간 맞춰 후다닥 집으로 돌아와 흑백 TV 앞에서 턱 받치고 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https://youtu.be/-VSOlusslYc?si=FRPtFDBSiM8C58g1

6, 70년 대 드라마 <제5전선/Mission: Impossible>의 인트로 동영상. 오프닝 뮤직과 당시 출연했던 배우들이 생동감있게 등장한다. 추억 돋는 자료다.

제목인 <제5전선>은 20세기 초 스페인 내전 당시 사용되던 '내부의 적'을 의미하는 은어(제5열, La Quinta Columna, The Fifth Column)에서 따왔다는 '전설'이 있다. 아마도 사실일 듯. 당시 프랑코 왕국에 반기를 든 반란군은 성밖에서 4열로 도열, 공격하고 성 내부에 있는 제5열은 이에 공조한다는 전략을 펼쳤다고. 이 내전에 참전하여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쓴 헤밍웨이가 또 다른 스페인 내전을 다룬 희곡 <제5열>을 발표(1932)하면서 이후 정치용어로도 널리 쓰였다고 한다. 60년 대 말에 KBS가 한국판에 이런 제목을 붙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고 멋지다.


당시의 드라마 버전과 톰 아우의 <미션 임파서블> 버전에서 변치 않고 사용된 대표적인 도구로 시그널(오프닝) OST와 변장 가면, 그리고 "이 녹음은 5초 후에 자동 폐기된다."는 멘트가 있다. 오리지널 시그널 뮤직("Theme from Mission: Impossible")의 작곡자는 랄로 시프린(Lalo Schifrin)이다. 중독성 있는 5/4박자 비트로 긴장감을 더하는데 'OO7 제임스 본드'의 그것과 함께 스파이 영화 OST를 대표한다. "이 녹음은...."에 해당하는 영어 원문은 "This message will self-destruct in five seconds."이다. 역시 스파이 영화의 대표적인 씬으로 자리매김한다. 의표를 찌르는 깜짝 반전의 가면 또한 이후 스파이 영화에서 즐겨 사용되는 소재가 됐는데, 정작 이번 마지막 파이널 편(Mission Impossible: The Dead Reckoning)에서는 본 기억이 없고(있나?) 과거 7편까지 회상하는 장면 몇 군데에서만 등장한다. 이단 헌트가 액션 중에 "내가 나인가?" 하는 류의 대사를 읊는 것으로 가면 장면을 대신한 듯하다.

대역 없이 헬기에 매달린 톰 아우. 62년 7월 3일 생이다.

만 63세(촬영 당시에는 한 두 살 적었겠지만)의 톰 아우는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도 변함없이 뛰고 또 뛴다. 매달리고 헤엄(수영) 치고 죽기 일보 직전에서 팀원(그것도 주로 여자)의 도움으로 기적같이 회생하기를 반복한다. 얼굴은 보톡스로 약간 부은 듯하고 머리는 원래의 갈색으로 염색했는데 나이는 못 속이는지 몸매는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그래도 잘 뛴다. 이 영화 이후로도 자기 관리를 잘해 저 얼굴과 잘 다져진 몸매를 유지해 가겠지.


마지막 편(부제 The Dead Reckoning은 최후의 심판, 최후의 계산, 치명적 결말 등으로 의역될 수 있겠는데 관객이 영화 주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겠다.)에서 인상 깊은 대사가 있다. 루터(Luther, 빙 레임스Ving Rhames 분)가 죽기 전에 남긴 유언과 같은 대사다. 영화 중간에,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가 '자동 폐기' 되긴 전에 녹음기에 담긴 대사로 약간 오버하는 듯하지만 영화의 주제와 비교적 잘 맞는다. 철학적이면서도 종교적이다.


Driving without question towards a light we cannot see
(보이지 않는 빛을 향해 의심 없이 나아가는 거야.)
Not just for those we hold close,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뿐 아니라,)
but for those we’ll never meet
(우리가 영영 마주칠 일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우리가 영영 마주칠 일 없는 사람들을 위한,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이들을 위한 헌신에 대해 루터는 이단에게 담담하게 전한다. 그 이전 대사에서는 이단의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도 잔잔히 피력한다.


I hope, in time,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you can see this life is not some quirk of fate.
(네 삶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란 걸 알게 되길 바라.)
This was your calling.
(이건 네 소명이었고,)
Your destiny.
(운명이었어.)


루터의 대사를 들으면 이단은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메트릭스>의 '네오'와 이미지가 겹친다. 소명(calling)을 수행하는 휴머니스트로서의 인류 구원자.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AI와 인류의 생존을 놓고 싸우는 얼개까지 같다. 인류의 미래는 우리(인간) 안의 선(Good)함이 만드는 것이며, 우리 안의 선함은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선한 행동으로 평가받는다....라는 부분에서는 신(God)이 인간의 마음속에 심어 놓은 도덕성, 이타적 양심을 전하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다.


Any hope for a better future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은)
comes from willing that future into being.
(우리가 그 미래를 의지하는 것에서 시작돼.)
A future reflecting the measure of good within ourselves.
(그 미래는 우리 안의 선함이 만든 거야.)
And all that is good inside us
(그리고 우리 안의 선함은)
is measured by the good we do for others.
(우리가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선한 행동으로 평가받지.)



소리 없이 익명으로 자선을 행하는 사람들이 우리 공동체 안에 많다. 성당 봉사직을 수행하면서 새삼 깨닫고 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오지의 선교 사제를 위해 적지 않은 기부금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아주 소액이지만 작은 봉투에 서툰 글씨와 함께 장학금을 헌금으로, 주기적으로 내는 이도 있다. 모두 신이 부여한 우리 안의 선함이 행하는 일이다.

필리핀 오지의 선교 사제들. ’선한 행동‘으로 신이 부여한 선(Good)을 실천하는 이들이다. 얼굴 없는 천사들이 이들을 후원한다.(사진: 이기범 요셉 신부 제공)

영화는 철저한 권선징악, 사필귀정의 포맷을 따른다. 당연히 보고 난 후 뒤끝이 좋다. 상쾌하기까지 하다.

이후 또 다른 속편이 나오느냐 마느냐 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톰 아우가 아주 아주 늙어서까지 '액션' 영화 속에서 날고뛰고 하기를 기대해 본다.


덧:

. 개인적으로는 그레이스 역의 헤일리 엣웰(Hayley Atwell)보다는 전작까지 출연했던 스웨덴 출신의 레베카 퍼거슨을 더 좋아한다. 전편에서 그녀를 너무 쉽게 떠나보내는데 스토리 전개上 살짝 판이 튀는 느낌을 주었다.

레베카 퍼거슨.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과 <폴아웃>에서 열연했다. 절벽 도로 모토싸이클 씬이 압권이었다.

. 빙 레임스는 뉴욕 할렘 출신으로 무려(?) 줄리어드 예술학교에서 수학했다. 정통파 연기자.

초기 미션 임파서블 속의 비교적 젊었을 적 빙 레임스.

. 영화 도입부에서 톰 아우가 영화 제작의 취지 및 배경을 설명한다. 그리고는 대형 스크린으로 즐겨보시라 권한다. OTT에 밀리는 영화관의 현실을 감안한 요청이자 부탁으로 보인다. 예외 없이 나는 <미션..>을 월드타워의 롯데시네마에서 관람했다. 시간이 약간 지난 다음인지라 아쉽게도 <수퍼플렉스> 관에서는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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