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을 걷는 자…

오징어게임 시즌 3에 대한 단상.

by 최익석bomiromi

스포 있음.


"아직도 사람을 믿나?"

....

프런트맨(이병헌)의 가면 속 얼굴을 확인한 성기훈(이정재)은 분노에 찬 얼굴로 칼을 겨누며 프런트맨을 죽이려 한다. 그 순간 프런트맨이 성기훈에게 던진 한마디.


"자네는 날 못 죽여.."


오징어게임 시즌 3(굳이 “2”와 ''3"으로 구분할 것도 없는 드라마다. 마케팅 목적으로, 그리고 흥행을 목적으로 구분했을 뿐이다.)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간의 탐욕이 가져오는 비극,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빛나는 드라마틱(드라마이니 당연히)한 휴머니즘.

매 게임에는 당연히 반전이 있다. 그 속에 여과 없는 인간의 탐욕도 예외 없이 존재한다. 마지막 순간, 자기희생이 보여주는 숭고한 장면에 얼음장같이 무표정으로 꿈적하지 않을 것 같던 프런트맨의 눈빛이 흔들린다.(이병헌은 이럴 때 배우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감독 황동혁은 엘리트 학력과 학벌(서울대 학사, USC 석사)과는 달리 매우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홀어머니와 할머니 손에서 힘들게 자랐다. 강북 쌍문동 태생. '응팔'의 그곳과 같다. 종교는 알 수 없으나 출신 고등학교가 가톨릭 재단의 동성고등학교다. 모르긴 모르겠으되 학창 시절에 가톨릭의 분위기와 정서를 일정 부분 접했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오징어 게임 3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종교적 냄새가 사뭇 묻어난다. 단적인 예가 성기훈이 마지막 게임, 마지막 단계에서 게임 버튼을 누른 후 아기를 남겨두고 스스로를 던지는 장면. 뒤로 서서 두 팔을 벌린 채.(이 부분에서 이정재의 눈 연기도 빛난다. 시즌3 내내 그렇긴 했지만.)

이병헌과 이정재의 눈 연기가 돋보이는 시즌 3. K무비의 대표 주자로 손색이 없다.

황동혁 감독은 이 씬을 연출할 때 아마도 칸느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롤랑 조페 감독의 기념비적 영화 <미션(The Mission)>(1986)의 장면을 오마쥬 했을 가능성이 크다. 영화 초반부, 예수회 선교 사제 하나가 십자가에 묶인 채 강물에 떠내려 오다 폭포 아래로 거꾸로 떨어져 순교한다. 성기훈은 따악 이 모습, 이 자세 그대로 마지막으로 서있던 동그라미 기둥에서 ‘순교’한다.

영화 <미션> 초반부의 장엄하고 숭고한 장면. 유명한 이과수 폭포가 배경이다. 운 좋게도 영화 관람 후 꼭 4년 만에 브라질 주재를 나갔다. 1991년의 일이다.

“우리는 말(장기판, 체스판 위의 말)이 아니야. 사람은…”


성기훈의 유언이 된 이 ’ 말‘이 던지는 울림이 크다. “사람은(Humans are)…” 이후의 대사를 생략함으로써 오롯이 시청자에게 그 답을 남겼다. 십자가 위의 예수는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며 절규하다가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저들을 용서하소서.”로 인류 구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성기훈의 희생이 남긴 이후의 세상은 지극히 평온해진 듯하나 길거리에서는 다시 비루한 인생을 유혹하는 딱지치기녀(헐리우드의 명우다. 그녀 정도의 대배우가 카메오로 등장하는 오징어게임이라니.)가 등장한다. 예수 희생 이후의 인간세는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 그대로다.


예수의 정체성은 사랑과 용서다. 그는 ‘그 길을 걷는 자’였고 그를 따르는 이들에게도 그 길을 걸으라(복음의 전파, 파견)는 지상명령(Great Commission)을 내린다. 예수는 만민은 평등하며 “내가, 네가, 우리가 곧 하늘이다.”라고 주장하는 자신으로 인해 세상이 불목 하며 분열할 것이라 했으니 과연 인류는 지나간 2천 년 동안 그 모양, 그 모습으로 살아왔다. 성기훈이 던진 “우리는 말이 아니야. 사람은…”의 마지막 말은 앞으로의 세상이 어떠할지는 지금의 사람(우리)이 어찌할 값에 달렸다는 예수의 메시지가 전달하고자 하는 지점과 일치한다.

오늘 아침 일출. 해는 또다시 떠올랐다. 오늘은 또다른 날이다. TODAY is ANOTHER DAY.

덧.

그리스도교 전래 역사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묶여 순교하는 대표적인 인물로는 베드로가 있다. 예수를 배신했던 자로서 스승 예수처럼 십자가에 온전히 선 채로 죽을 자격이 없으니 거꾸로 못 박아 달라 했다던가. 같은 로마에서 순교한 바오로는 참수되어 순교했다. 로마 시민의 신분이었던 덕분(?)에 십자가형은 면했다고. 잘린 머리는 바닥에 세 번 튕겨 그곳에 세 개의 샘이 솟았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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