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악령에게 묻는다...
그리스도교 성서에서는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기적을 행하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사도행전을 제외한 네 개의 복음서에 개별적으로 기록된 것만 해도 33가지나 된다. 예수와 열두 제자(사도), 70인의 제자, 그리고 사도 바오로의 그것 등 사도행전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늘어난다. 4대 복음서에서의 기적(이적) 내용만 보더라도 "완전 치료가 16가지, 죽은 자의 소생이 3가지, 악귀(당시 팔레스티나에서는 간질을 '악귀가 들었다'고 했다)를 쫓아낸 것이 6가지, 자연법상 불가능한 기적, 예를 들면 물을 포도주로 만든 것 등이 8가지" 나 된다.(이누카이 미치고, <성서이야기>, 3권, p.143-144, 1997, 한길사)
악귀를 쫓아내는(퇴마, 구마) 이적 행위에 흥미로운 곳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무덤에서 사는 귀신 들린 사람의 악령을 이천 마리쯤 되는 돼지 속으로 추방하는 장면.(마르코 5장) 예수가 악령 들린 자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니 그(악령)는 "군대"라고 답한다. 그 수가 많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자기를 그 지방(갈릴리 호수 건너편 게라사 인들의 지방: the country of the Gerasenes)에서 쫓아내지 말아 달라며 대신 돼지 속으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악령이 들어간 돼지떼는 "호수를 향해 내리 달려, 호수에 빠져 죽고 말았다."
짝퉁 사도들의 실패 사례도 있다. 사도 바오로는 선교 중에 '비범한 기적'들을 일으키는데 이를 테면 "그의 살갗에 닿았던 수건이나 앞치마를 병자들에게 대기만 해도, 그들에게서 질병이 사라지고 악령들이 물러갔"단다.(사도행전 19, 12) 그러자 '스케우아스'라는 유다인 대사제의 일곱 아들들이 "바오로가 선포하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너희에게 명령한다."며 악령을 쫓아내려 하자 오히려 악령 들린 사람에게 '옷이 벗겨지고 상처를 입고'는 그의 집에서 달아나는 희극(?)도 발생한다.
개인적으로 눈여겨본 악령 들린 자로는 유명한 '막달레나의 마리아'가 있다. 그녀에게는 일곱 마귀가 들어 있었는데 이를 예수가 쫓아내자 그 이후 충직한 '여제자'가 되어 예수를 따른다. 종국에는 십자가 밑에서 그의 최후를 지켜보게 되고 예수 부활을 최초로 목격하게 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 그녀다. 성서는 직접화법으로 예수가 퇴마를 하는 장면을 묘사하지 않고 대신 퇴마의 결과만을 전하는데(루카 8,2) 아무튼, 그녀는 '자신의 재산으로 예수 일행의 시중을 들'면서까지 물심양면으로 예수를 따르고 돕는다. 중세 남성 중심의 가톨릭에 의해 죄 많은 여인(the Sinner)'으로 오인, 폄훼(교황 그레고리오 1세)되었으나 현대에 이르러 '사도들을 위한 사도(Apostolorum Apostola)'(교황 요한 바오로 2세, 1988)로 칭송되고 성녀로서 축일까지 지정(7.22일, 교황 프란치스코, 2018)되어 당당히 가톨릭 전례력에도 오른다.
https://youtu.be/D-EWVIOifk0?si=4QZN9NXKvZjKggEG
(그리스도 발 밑의 막달레나 마리아, 안토니오 칼다라)
루카(7, 37-50)가 전하는 죄 많은 여인(인의仁醫 루카는 이 여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익명으로 묘사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누카이 미치고, 성서이야기)과는 당연히 다른 인물이고, 베타니아의 라자로 3남매 중 하나인 막내 마리아와도 전혀 다른 인물이다. 막달레나는 북부 갈리리 호수 서편의 마을임에 비해 베타니아는 훨씬 남쪽인 예루살렘 외곽에 위치한다. 예수가 예루살렘을 오갈 때마다 들르게 되는 초입의 마을이다. 막내 마리아가 값비싼 향유를 예수의 발 위에 붓고 머리카락으로 닦아내는 장면과 똑같은 행위로 묘사된 죄 많은 여인의 그것, 그리고 예수 죽음의 최후 목격자이자 최초의 부활 목격자 마리아라는 이름이 서로 뒤섞여 생기게 된 오류다. 암튼, 예수 퇴마 행위의 정점에 막달레나의 마리아가 있다.
작가 공지영(마리아)의 칼럼(가톨릭신문, 2025.8. 3)에서 영화 두 편을 알게 됐다. <레퀴엠>(독일, 2006)과 <Exocism of Emily Rose>(미국, 2005)이 바로 그것. <레퀴엠>이 '좀 더 현대적이고 심리학적 방식으로' 그려졌다는데 아쉽게도 넷플릭스에는 없다. 대신 <엑소시즘...>을 시청.
두 영화 모두 1976년 독일에서 일어난 '아넬리즈 미헬'의 구마 의식으로 인한 사망 사건을 다룬다. 엑소시즘 영화의 원조인 <엑소시스트>가 1973년 작임을 감안하면 위의 두 영화의 실화 배경이 된 사건에 비해 앞선다. <엑소시스트>가 14세 소녀(레건 맥닐, 린다 블레어 분/영화 출연 당시 린다 블레어의 실제 나이도 14세 전후였다. 1959년 생)에게 들린 악령을 퇴치하는 내용을 소재로 삼고 있다면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는 시골 출신의 19세 대학 신입생의 악령을 퇴치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영화 속에서 무어 신부(톰 윌킨스 분)는 악령에게 묻는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퇴마(구마) 전문 사제는 마르코 복음 속의 예수가 악령 들린 자에게 묻는 질문을 그대로 따른다. 아마도 가톨릭 사제 중에는 엑소시스트 전문 트랙으로 양성되는 사제가 있을 법함을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공지영은 자신의 글 속에서 '묵주'의 효능(?)에 대해 묵상한다. 악령이 묵주를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게 우리를 방해"한단다.
"하지만 아무도 기도하지 않아. 다행이야, 사람들이 안 믿어서."
현대 사회 속의 사람들은 악령(악마)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에 악령의 입장에서는 다행이라는 뜻이다. 존재를 믿지 않기에 자신들이 맘 놓고 활개를 칠 수 있다는 의미겠다. 악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면 신(God)의 존재도 믿을 '이유'가 없다. 영화 속 과실치사 살인죄로 기소된 무어 신부의 변호인인 에린 부르너(로라 리니 분)는 불가지론자(Agnosticist)다. 변호를 하는 중에 악령의 존재를 믿게 되는 자신이 혼란스럽다. 유죄를 확신하는 검사와 유죄를 선고하는 판사도 혼란을 겪기는 매한가지다.
소홀히 하던 묵주를 다시 챙긴다. 공지영처럼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설치면 안 될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상에 실수가 잦기로, 잠이라도 푸~욱 자 두어야 하는 처지임에랴.
(공지영 칼럼 원문, 가톨릭신문, 202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