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영화 몇 편...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A House of Dynamite)> 가 10월 말, APEC 행사 직전에 넷플릭스 플랫폼에 실렸다. 정치 스릴러 특유의 재미와 감독(캐서린 비글로우)의 명성에 얹혀 인기몰이 중이다. 엊그제 기준 32백만 여 뷰를 기록했다는 자체 광고가 소셜미디어 상에 오른다. 영화는 핵전쟁(핵폭발) 직전 약 30분 간의 극도의 긴박한 상황과 절체절명의 위기의식, 진퇴양난의 의사결정(선택) 국면들을 동일 싯점, 각기 다른 공간, 각각의 다른 인물들의 시각으로 묘사하는 독특한 문법을 취했다. 핵전쟁 전개 여부는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지정생존자'들이 핵벙커로 모이는 장면을 드론 공중장면으로만 남기고 그 이후의 스토리와 광경은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주인공 중 하나인 레베카 퍼거슨(올리비아 워커 대위 역)을 보는 재미도 있다. <미션임파서블 7(데드레코닝 파트 1)>에서 멕쿼리 감독은 그녀를 너무 허무하게(?) 데려갔었다.
영화 속 주요 소재는 핵잠수함 발 핵미사일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 하나가 동해상(영어 대사로는 'Sea of Japan'이나 우리말 자막으로는 당연히(?) '동해'로 표기했다.)에서 발사된다. 궤도 및 속도 등으로 보면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SLBM)이며 핵탄두가 탑재되었을 것으로 강하게 믿어진다. 백악관, 국방부, CIA, NSC 등이 총동원되어 발사 주체를 확인하려 하나 오리무중이다. 유력한 의심의 대상은 러시아. 그러나 컨택 가능한 인물인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를 강력 부인한다. 중국은 물론이다. 나머지 하나는 북한이다. 그런데, 북한이 핵미사일을 동해 해저에서 발사할 수 있는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을 리가. 그런데, 결론은, 맥락상, 북한이다.
지난 이재명, 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테이블에 오른 뜻밖의 의제는 핵추진잠수함의 건조와 핵연료 공급이었다. 최대 현안이었던 관세 이슈도 이슈였지만 지금도 양국 간에 오가는 쟁점으로는 핵잠수함이 더 뜨거워 보인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패트리어트 PAC-3) 명중률이 60% 수준에 불과하다는 영화 속 묘사(“Hitting a Bullet with a Bullet”. 총알로 총알을 맞히는 격이라는 뜻이다)에 대해 실제로 펜타곤이 발끈하며 공식 대응하는 현실도 흥미롭다. 이에 대해 각본(노아 오펜하임)은 대응하기를, “Respectfully Disagree!”.
우리로서는 영화가 공개된 싯점이 절묘하다 할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자연히 궁금해진다. 대한민국과 미국 양국의 대통령은 이 영화를 혹시 미리 보았을까. 또는, 참모들로부터 귀띔으로라도 들은 바가 있었을까. 영화 속에는 러시아가 개발 중인 '포세이돈'이라는 핵무기도 거론된다. 시카고를 향해 날아오는 핵미사일이 혹시 개발을 끝낸 포세이돈이 아니냐며 갈팡질팡, 우왕좌왕하는 미국의 모습이 그려진다. 공교롭게도 현실에서는, 경주에서 귀국길의 트럼프가 에어포스 원에서, 마침 포세이돈 개발을 끝냈다는 러시아의 발표에 대응하여 미국도 핵실험을 재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는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노아 오펜하임과 공동 제작 및 각본 그리고 감독을 맡은 케서린 비글로우(Kathryn Bigelow)는 여성으로서 아카데미 감독상을 최초로 수상한 이다. 대상 작품은 <허트 로커(Hurt Locker)>(2010). 이라크전 당시 폭발물 제거반(EOD)의 활동을 리얼하게 재현했다. '전쟁은 마약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폭발물 처리 요원인 윌리엄 제임스 중사(제레미 레너 분)는 생과 사가 교차하는 전장(battle field)에서 오히려 희열을 느낀다. 마치 마약과도 같이 전투 현장을 즐기기까지 한다. 천신만고 끝에 고국에 돌아오나 마약에 이끌리듯 다시 이라크 전쟁터로 나선다.
2010년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작품, 감독, 각본, 편집, 음향편집, 음향믹싱)을 휩쓴 문제작이다. 당시 경쟁작품이 무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다. 지금까지도 기록이 깨지지 않는 박스 오피스 부동의 1위 작품. 9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으나 <허트 로커>에 밀려 3개 부문(촬영, 미술, 시각효과)에 그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케서린 비글로우는 제임스 카메론의 전처다. 제임스 카메론의 세 번째 부인이 바로 그녀인데, 2년 여의 짧은 결혼생활 끝에 이혼했다.(1991)
여성 감독으로서 독특하게도 전쟁영화를 여럿 만들었다. 그녀의 또 하나의 유명 전쟁 영화 중 하나가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2012). 9.11의 주모자이자 전쟁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 제거하는 과정을 실화를 배경으로 하여 만든 영화다. 뉴욕비평가협회 작품, 감독상(2012),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제시카 체스테인, 2012), 아카데미(2013) 5개 부문 노미네이트 및 음향편집상 수상 등 화려한 수상 이력이 있다. 빈 라덴 사살, 제거 당시 백악관에 모인 주요 인사들의 사진은 역사가 되었다. 넷플릭스가 자사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중의 하나인 <American Manhunt>에서 <오사마 빈 라덴> 편을 최근(2025년)에 릴리스했는데 이를 보면 <제로 다크 서티>가 얼마나 사실에 기반을 두고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케서린 비글로우가 <허트 로커>에 이어 또 한 번 작품, 감독상을 받을 수 있었으나 영화 중 CIA의 고문 장면을 당국(?)이 불편하게 여겨 주요 부문 시상 대상에서 제외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도 있다.(나무위키)
1951년 생. 일흔넷의 노장이 되었다.
덧:
캐서린 비글로우가 핵잠수함을 주 소재로 하여 만든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량급 두 남성 배우(해리슨 포드, 리암 니슨)의 긴장감 넘치는 대립 연기를 엿볼 수 있었던 영화 <K-19: Widowmaker>(2002)도 있다. 구 소련 최초의 핵잠수함 K-19과 관련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위도우메이커'는 단어 그대로 과부제조기라는 뜻이다. 그만큼 건조 당시, 그리고 취역 이후 사건, 사고와 관련된 사망자가 많았다고 한다.
제작자로 비교 불가한 제리 브룩하이머가 만든 <크림슨 타이드>(1995)도 잠수함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여기에 명감독(토니 스캇), 명우(진 헤크먼, 덴젤 워싱턴), 명장 음악가(한스 짐머)가 합류하여 결실을 본 명화다. 인물 간 대립을 주 소재로 삼은 것은 <K-19..>에 앞서는 셈이다.
더 이전에 제작된 걸작 <붉은 10월(The Hunt for Red October)>(1990)도 잠수함이 주 무대다. 톰 클랜시 원작, 존 맥티어난 감독, 숀 코네리/알렉 볼드윈/스콧 글렌/샘 닐 주연으로 라인업이 화려했다. 이제는 잠수함 영화의 고전 반열에 올랐다. 역시 구 소련이 배경이다.
잠수함 영화 원조로는 <특전 U보트(The Boat, Das Boot)>(1981)가 있다. 독일 영화로 아카데미 감독(볼프강 페테르젠), 각색, 편집상 등 6개 부문 후보로도 오른 명화 중의 명화다. 구축함에서 던져지는 구축함 음파탐지기 '소나'의 음향이 유난히 귀에 남는 인상 깊은 영화이기도 하다. 볼프강 페테르젠은 <사선에서(In the Line of Fire)>(1993), <트로이>(2004)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2022년 작고.
오래전, 누군가가 말했다. 잠수함을 소재로 한 영화는 무조건, 모두 재밌다고. 과연 그러하다. 모조리 넷플릭스에서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