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ATA3와 함께 맞은 연말
벗에게.
성탄 4일 전입니다. 40년 지기 입사 동기 혼사로 상경했습니다. 월드타워는 인산인해군요. 월드몰 내 어딜 가도 사람에 부대낍니다. 세모의 맛이 물씬 풍깁니다. 그렇죠. 성탄은, 연말은, 이렇게 흥겨움과 낙락(樂樂)함이 넘쳐 나야 제맛입니다. 비록 가진 것이 없고 세상 풍진에 시달릴지언정 이즈음에는 한순간만이라도 이 모든 것을 잊고, 조그맣고 연약한 기쁨이나마 즐길 수 있으면 족하겠습니다.
잔치 전 막간을 이용하여 영화 한 편을 관람했습니다. 이를 위해 새벽차로 상경했겠죠.
아바타(AVATA):불과 재(3).
역시 대단한 영화입니다. 연작의 결론에 해당하는 메시지는 명확하군요. ‘연결’입니다. 일전 말씀드린 영화 <기차의 꿈(Train Dreams)>의 코어 메시지가 그러했듯이.
그리스도교적 분위기가 강렬합니다. 절대자로 묘사된 ‘위대한 어머니(Great Mother)’는 성모 마리아를 연상케 합니다. ‘동정녀 잉태’와 ’ 아브라함과 이사악(제물)‘의 서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도 있군요. 마지막 부분의 내레이션 결말도 인상적입니다. “빛은 늘 되돌아온다(The light always returns)”. 마치 요한복음의 성스러운 시작을 여는 것과 대비시킨 듯도 합니다. 여기서 역설 하나. 카메론 감독은 무신론자라는 것.
지난 금요일, 인근 ‘양양 5일장’ 장보기를 겸하여 양양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겠죠. 미사 말미에 주임 사제인 배 치리아코(처음 듣는 세례명입니다) 신부 왈, 주말에 교우들과 함께 새로 개관한 읍내 극장에서 <아바타 3>를 관람하려 했다고. 그런데 예기치 않은 장례미사 집전으로 불가불 다음으로 미뤘다고. 그가 영화의 내용을 알고 관람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반 교우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사제임은 두어 차례 그의 강론과 강의를 통해 짐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아무튼 소통 소재로 영화를, 그것도 <아바타 3>를 선택했던 것은 그의 탁견이었음을 오늘 확인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들과 양양에서 재관람하고 싶군요.
<반지의 제왕>을 능가(기술적으로 당연히)하는 이 장대, 장쾌한 영화는 아마도 이것으로 종결되겠지만 카메론 감독은 뭔가를 또 기대하게 합니다. 엊그제 뉴스를 보니 그는 이 영화에 AI를 1도 사용하지 않았답니다. 경의를 표합니다..
동기의 혼사는 성대하게 잘 치러졌습니다. 내외가 인생을, 삶을 잘 살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잔치 덕분에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회사로 맺어진 인연이었기에 이들 얼굴들 또한 모두 같은 인연들이죠. 에브리 바뤼 해피 할러데이!
그사이 둘째가 톡으로 연락을 해왔군요. 밴쿠버에 있답니다. 이들 부부는 연말 휴가차 귀국 중인데 도중에 도쿄에서 며칠 보낼 예정입니다. 경유차 거치는 밴쿠버에서 거의 하루를 체류한다는군요. 이것조차 즐길 일입니다. 지난 1월 초 속초에서 혼배(관면)를 올린 지 꼭 1년 만의 귀국입니다. 작은 흥분이 벌써부터 일어납니다. 이 아이들은 서울에서 엄빠를 무탈하게 상봉할 것입니다.
귀향길 버스 안에서 왕년의 보스로부터 톡 연락을 받았습니다. 혼인 잔치에서 짧게 스치고 간 것이 아쉬워 기별을 넣으셨네요. 소생의 모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까닭에 이제는 동문이시기도 하죠. 마침 총장 신부님으로부터 성탄 축하 메시지를 받으셨다며 이를 전송해 주셨군요. 감사할 일입니다. 참, 이 보스도 종교를 갖지 않은 비신자입니다.
끄적이는 중에 버스는 무사히 속초에 도착했습니다. 주중에 멀리서 천주쟁이 유붕 내외가 방래하겠다는 전갈도 도중에 있었습니다. 둘째네와, 그리고 벗들과 더불어 외롭지 않은 기쁜 연말이 될 듯합니다.
하늘엔 영광이, 지상엔 평화가.
평안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