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조와 7번 국도
누님 께.
1.
속초 해안가를 따라 남북으로 뻗어나가는,
청초호 부근에서는 크게 우회하여 시내를 가로지르고 관통하기도 하는 도로가 있습니다. 7번 국도죠.
북으로는 고성 끝자락,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데
남으로는 지도를 따라 주~~우욱 내려가보니 부산 남포동에 가 닿는군요.
상당 부분을 해안을 따라 오르내립니다.
모르긴 모르겠으되 유명한 해파랑길이 대부분 이 7번 국도와 함께하지 않을까 싶군요. 작년(2025년) 2월 말에 부산에서 시작하여 도보로 한 달 여만에 이 해파랑길을, 통일전망대까지, 완주한 동갑내기 절친 지인 부부가 있었습니다. 지금 지도를 들여다보니 7번 국도를 따라 내내 올라왔겠습니다. 막판 즈음에 저희 집(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기도 했겠지요.(아, 저희 집은 해안가이긴 하지만 7번 국도변은 아닙니다.)
2.
이 밤중,
EBS FM에서 이승열의 <세계음악기행(세음행)> 재방송을 듣고 있습니다. 마침 목요일 고정 코너 초대석(’ 이아립의 음악정찬‘)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제를 정해 놓고 그에 맞는 음악을 소개한답니다.
오늘의 주제는 ‘문득 떠나고 싶을 때 듣는 노래‘입니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New York New York>이 흐른 뒤 귀에 익은 이름 하나가 소개됩니다. 정. 미. 조.입니다.
오잉?
이승열과 이아립(책 만드는 출판인이자 음악가, 밴드의 보컬)은 정미조의 이력에 대해 한참 수다를 떨더니 이윽고 그녀의 노래를 소개했습니다.
보사노바(혹은 재즈) 풍의 묘한, 그러나 매우 감미로운 멜로디가 정미조의 편안한 저음과 어우러지며 오밤중 방안을 포근히 감쌉니다. 49년 생, 5월이면 77세가 되는 시니어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안정된 호흡과 발성, 딕션, 감성입니다. 정미조가 정미조 하는군요. 과연.
3.
곡목이 <7번 국도>입니다. 공교롭군요. 처음 듣습니다. 이런 노래가 있었다니. 바로 서치에 들어갔습니다.
파리 유학 이후 37년 만에 복귀한 정미조의 복귀곡이군요. 제작자이자 작사가인 이주엽이 재즈 색소폰 연주자이자 작곡자인 손성제와 협업하여 오로지 정미조를 위하여 만들었군요. 최백호가 정미조의 가수 복귀를 설득했답니다. 노래가 실린 앨범의 타이틀이 <37년>입니다.
저 바람을 타고 어디든 날아볼까
저 파도를 따라 끝없이 떠나볼까
새로운 시간이 춤추는 이 길로
모든 것 잊고서 외로움도 다 잊고서
(…)
가는 곳 몰라도 지도는 접어둔 채
내일은 저 멀리 근심은 접어둔 채
발길이 닿는 곳 바람이 부는대로
지금은 우리 달려가야 할 그 시간
(…)
https://youtu.be/WZ0AJws3pCQ?si=_MTbJa84RV6JqFiK
4.
7번 국도는 바로 속초의, 해파랑길이 함께하는 그 국도입니다.
‘이럴 수가. 허구한 날 산책 삼아 걸어서, 브롬톤으로, 애마를 몰고서 오가면서도 이 노래를 모르고 있었다니. 발표(2016.2)한지 10년이 다 되도록…’
반복하며 계속 듣고 있습니다. 파란 하늘을 이고 있는 바닷가 7번 국도가, 이 오밤중에, 눈앞에 펼쳐집니다. ‘쪽빛 가득한’ 바다는 물론입니다. 한 편의 로드 무비를 보는 듯도 합니다. 정미조의 중저음 미성이 이렇게 상큼할 수도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군요.
앗! 클래식이면 클래식, 대중문화면 대중문화에 두루 해밝은 누님께서 이미 알고 계실 것을 이리 주절이주절이.
누님!
날 풀리는 새봄에 형님과 함께 나들이 오십시오.
여느 때처럼 하늘하늘, 동으로 서로, 자유로운 영혼으로 세상을 나다니시던 그 화사한 모습으로 오십시오. 아니 그래도 익히 익숙하고 좋아하시던 그 속초입니다. 7번 국도는 즐겨 다니시던 바로 그 길이랍니다.
덧:
동갑내기 지인 부부는 이번에는, 올 2월 말에, 남파랑길을 횡단한다는군요. 부산에서 여수까지. ㅋ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