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미안하지 않으려고 작게, 조용히 자신을 정리한 구피의 마지막 인사
어제, 사무실 어항의 구피가 죽었다.
그 애는 단지 작은 물고기가 아니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내 하루에 스며들어 아무 말 없이 내 감정에 꼬리를 흔들어주던 존재였다.
2022년 봄,
목수 반장님이 '다른 구피들을 다 잡아먹는 식어'라 넘 밉다며, 우리 사무실에 들려다 놓은 그 작은 생명..
처음엔 정말 쪼그만 구피였다.
난 구피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조금씩 어항그릇을 큰거로 교체해 주었는데, 하지만 점점 자기가 살 공간을 인식이라도 하듯..
그릇이 커질수록 구피의 몸도 함께 자라났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우리는 ‘금붕어가 된 구피’라고 불렀다.
커피를 마시러 갈 때마다,
유리벽 너머로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던 그 모습,
밥을 달라고 조르듯 눈을 맞추고, 마치 말을 걸 듯 유유히 헤엄치던 모습은,
단순한 ‘물고기’라는 단어만으론 담을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다.
하지만 2주 전부터, 이상했다.
구피의 몸에서 쏟아지는 하얀 알, 그리고 급기야 터진 듯 벌어진 배, 쏟아진 창자 같은 하얀 실타래들...
나는 그게 죽음의 전조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며 구피곁에 갈때마다
“꼭 살아야 해"라고 속삭였다.
밤마다 구피에게 말을 걸어 주고,
목수 반장님께 연락해 어떻게 살릴 방법을 없을까 물었고,
3년 넘게 몰랐던 구피의 모든 것들을 그제야 네이버 검색창 속에 뒤적이며 찾아 헤맸다.
그러나 결국.
그 애는 오늘 낮,
구석으로 가만히 몸을 눕히고,
얼음처럼 고요하게 떠났다.
마치 살아 있던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게 미안하지 않으려고
작게, 조용히, 자신을 정리하듯..
오후 내내 나는 알 수 없는 공허감에 한참을 헤맸다.
말도 안 되는 감정 같았다.
‘그깟 물고기 하나쯤이야…’
라고 넘길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구피의 죽음 앞에 내 영혼도 작게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다.
죽음은 언제나 그렇다.
남아 있는 이의 시간에서만 깊고 길게 흔들린다.
살아 있는 동안은 무심하게 오가던 존재가 그 자리에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공간 전체가 휑해진다.
내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너무 쉽게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예민하다해도 좋다.
하지만 나는,
그 감정만은 소중하게 품어 잃고 싶지 않다.
누군가가 나의 이런 감정을 ‘별일도 아닌 것’이라 말하더라도나는 안다.
그 존재는 내 하루 속에 함께 있었고,
나의 다정함을, 나의 발걸음를, 나의 휴식 한 모퉁이를 공유했던 소중한 생명이었다.
오늘 나는,
하나의 죽음을 통해 하나의 작별을 연습했다.
그리고 이 작은 글을 통해 그 애의 마지막 꼬리 흔듦을
조금은 따뜻하게, 다정하게 기억해주려 한다.
구피야, 고마웠어.
너는 단 한 순간도 ‘작은 존재’가 아니었어.
너는 내 하루의 다정한 일부였어.
혼자였던 시간 속,
나와 함께 길었던 작업을 위해 밤샘을 함께 견뎌준 작은 생명에게 이제서야 진심을 담아 인사를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