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마주하는 사람과 마음, 그 사이의 작고 큰 이야기들을 기록합니다
인테리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어쩌면 철저한 ‘서비스’에 더 가깝다고 느낄 때가 많다.
특히 주거 인테리어는....,
누가 봐도 ‘사람을 위한 일’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오늘, 한 고객님과의 상담을 마치고
조용히 돌아서 가시는 그분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부분 공사라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그분의 선택은 누구보다 조심스럽고 진지했다.
수천만 원짜리 올수리 고객보다도 더 많은 고민과 질문, 그리고 반복되는 확인들..
나도 그만큼 반복된 응대와 설명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반복과 비슷한 답변들이 누적되어 갈때,
어느 날은 정말 온몸을 다 써야 하는 큰 공사를 상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지금까지 이 일을 놓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바로 이런 순간들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차례 반복된 상담을 마치고
사무실 문을 나서던 고객님의 그 뒷모습..
딱 한순간, 찰나처럼 스친 그 뒷모습이
왜 그렇게 내 마음을 붙잡고 있었을까?
마음에 걸린 건, 기술도, 그 어떤 조건도 아니었다.
그저, 그분이 말없이 남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해지는 ‘기운’ 같은 것..?
어떤 감정이라고 명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정(情)이었던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며 조심스럽게 쌓아가는 온정(溫情)들,
작은 말과 표정 기다림, 그리고 배려와 고마움들 속에서 태어난 그 미온의 꿈틀거리는 기운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선에서 만큼은 그래, 최선을 다해 드리자!!"
오늘따라,
그 뒷모습이 유난히도 야위어 보이고,
한없이 작게 보여지고,
약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내 마음은 어쩔 줄 몰라 헤매게 됐다.
누군가의 일상이 되어주는 이 업을 20년 이상 해 오며
나의 마음이 지치던 순간들도 참 많고 많았다.
굽이지고 굽이쳐 소용돌이 칠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이런 작은 순간들 덕분이 아니었을까?
나는 오늘도
어느 고객님의 작은 뒷모습에서,
다시 이 일을 사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