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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이 Sep 13. 2023

더블린을 떠나기로 했다(1)

아일랜드에서 집 장만하기

우리가 집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결국 렌트를 종료하고 집을 사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2-3년 안에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집값이 헐값이 될 수는 없다. 물가는 계속 오를 것이고, 언제나 임금은 물가에 비해 느리게 오른다. 아이가 있으면 대출을 더 내 주는 한국과 달리 아일랜드는 아이가 있으면 대출이 줄어든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출이 증가하니까...

(이런데 아이 낳고 사는 집은 도대체 뭘까.)



하지만 막상 집을 사기로 하니 고민이 생겼다.

집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다음에 다루겠지만 더블린에서 집을 사는 것은 굉장히 복잡하다. 겨우 2-3년 살고 이 절차를 다시 밟아 이사를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최소 10년은 살 수 있는 집을 사야만 했다.


나와 남편은 장기거주의 목적으로 더블린의 집을 둘러보다 외곽으로 눈을 돌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1. 작고 낡은 집들.

사실 여기서 '예산'을 빼놓을 수는 없겠다. 돈이 많다면 크고 깨끗한 집을 더블린 내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예산은 한계가 있었고, 예산 안에서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약 25평 정도 크기의 복층 집(여기서 집의 크기는 층 당 25평이 아니다. 두 층을 합쳐서 25평이다. 들었을 때는 제법 괜찮을 것 같지만 사실 복층 집의 경우 계단, 복도 등으로 실사용할 수 없는 면적이 제법 되므로 방의 크기는 아주아주 작다.).


게다가 대부분의 집은 약 25년-35년 정도 되었는데 수리라고는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았다. 뷰잉을 갔던 집 중 하나는 들어가자마자 카펫에서 묵은 냄새가 훅 났고, 방에서도 곰팡내가 났다. 에이전시에서는 집을 렌트로 내놓다가 마지막 입주자가 나간 후 약 6개월 간 비었던 집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자취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정상적인 집이 6개월 비었다고 해서 그런 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집값보다 수리비가 더 들게 생겼다.



2. 점점 늘어나는 사회적 문제들

최근 미국인 여행객이 더블린 시티센터 근처에서 십대들에게 맞아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이 화제가 되었다. 이 일로 미국에서는 더블린을 여행위험지역으로 설정했댔나, 설정을 논의한댔나. 아무튼.

더블린은 유럽국가 치고는 안전하다고 느꼈는데 빠르게 하락세를 타는 게 느껴진다.

저 사건 전후로도 스페니쉬 여행객, 영국인 여행객이 시티 근처에서 변을 당했고, 엄청난 양의 마약이 발견되는 등 더블린 내에 사건들이 많았다.

현재까지 아일랜드 밖으로 이민을 갈 예정이 없는 우리. 여기서 아이를 낳고 기르게 될 텐데 이 아이가 자라게 될 사회가 걱정되었다. 얼마 전에는 동료 하나가 연속 사흘이나 집이 털렸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동료는 더블린 내에서 제법 부촌이라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런 생각들이 더해져 과연 비싼 집값을 내고 더블린에 살 가치가 있는가? 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우리의 결정은 '출퇴근이 좀 멀더라도 외곽으로 나가자!' 였다.


누군가는 말렸다. 수도인 더블린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의 수준과 외곽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의 수준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평화로움을 원했고, 안전을 보장받기 원했다. 훗날 아이가 생겼을 때 그 아이가 저녁시간이 되도록 밖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더라도 내 아이가 괜찮은지 마음졸이지 않을 수 있는 곳을 원했다. 더블린은, 우리에게 그런 곳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는 '출퇴근 편도 1시간 내외의 거리'에 초점을 두고 집을 찾았다.

집값의 기준은 간단했다. 더블린에서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비싸고, 멀면 멀수록 비싸다.



우리는 더블린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거리의 Newbridge라는 곳의 집 한 채를 봤다. 우리는 이 집이라고 생각했다. Newbridge는 큰 쇼핑센터도 있었고, 어지간한 쇼핑몰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도시는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았고 더블린까지 출퇴근하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미리 말하자면 우리가 최종적으로 이사하기로 한 집은 아니다.)


image from dafe.ie



한적한 시골집.

머릿속으로 그린 이상형이었다.

집 내부도 완벽했다. 전체적으로 한번 수리를 한 흔적이 보였고, 썬룸도 있었다.

우리는 이 집을 구매해보기로 했고, 다음 절차를 진행했다.


아일랜드에서 집을 사는건... 그냥 집값을 내는게 아니다.

그건 다음 포스팅에서 이야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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