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우리가 지켜주는 집
하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그 앞에 서 있었다.
문을 두드리기 전, 하나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 고개를 들었다.
안에서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자 햇빛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책상 위에는 서류보다 아이들 사진이 더 많았고,
창가에는 작은 화분들이 줄지어 있었다.
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안녕, 하나.”
하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아주 작게 숙였다.
엄마가 말을 꺼냈다.
“저희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해요.”
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괜찮습니다. 여기서는 말이 전부가 아니거든요.”
잠시 정적이 흘렀고, 교장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 학교를 ‘예배자의 학교’라고 부릅니다.”
엄마는 잠시 숨을 멈췄다.
“예배자라는 건요,
교회에서 설교를 잘 듣고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만을 뜻하지 않아요.”
교장은 손바닥을 펴 보이며 말했다.
“하나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를 알고,
그 사랑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
그게 우리가 말하는 예배자예요.”
엄마의 눈이 조금 젖어 들었다.
교장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 학교의 아이들은 서로의 약함을
불쌍히 여기거나 숨기지 않아요.
긍휼히 바라보는 법을 배웁니다.”
“여기서는 얼굴을 마주치면
무조건 웃으며 인사해요.”
하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복도에서 스쳐 지나갈 얼굴들을
상상하는 듯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힘들 땐
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교장은 책상 옆 작은 우편함을 가리켰다.
“기도편지를 써서 저기에 넣어요.
매주 정해진 시간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그 편지를 놓고 함께 기도합니다.”
엄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악기는… 꼭 배워야 하나요?”
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모든 아이가 하나씩은 배워요.”
그리고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소리를 말로 내지 못해도, 음악으로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거든요.”
그 말에 하나는 교장의 얼굴이 아니라 창밖을 바라보았다.
꿈속에서 보았던 악기를 든 아이들의 모습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며칠 뒤, 하나는 새로운 가방을 메고 학교 앞에 서 있었다.
큰 간판도, 화려한 문구도 없었다.
문 옆에 적힌 문장 하나.
우리가 웃으며 맞이하는 집.
문을 열자 가장 먼저 웃음이 보였다.
“안녕!”
누군가 먼저 인사를 건넸고, 다른 아이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는 놀라서 한 박자 늦게 입꼬리를 올렸다.
복도에는 기도 우편함이 있었고,
음악실에서는 기타 줄을 조율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무도 서두르지 않았고, 아무도 하나를 재촉하지 않았다.
악기를 고르는 날.
교실 한쪽에 여러 악기가 놓여 있었다.
피아노, 드럼, 바이올린, 기타.
하나는 한참 동안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기타를 집어 들었다.
꿈속에서 여러 번 보았던 바로 그 악기.
하나는 기타를 품에 안고 조심스럽게 줄을 튕겼다.
짧고, 서툰 소리가 울렸다. '띵'
그 소리가 교실 안에 남아 있었다.
그때 음악 선생님이 조용히 말했다.
“하나야. 그게 네 첫 번째 말이야.”
하나는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기타를 더 꼭 안았다.
그날, 하나는 처음으로 학교에서 울지 않았다.
여기는 조용했지만 단단했고,
작았지만 서로를 지켜주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