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너는 그날 거기 있었어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못한 채, 기타 가방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있었다.
낯선 언어, 낯선 나라,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몸에 배어 있던 조심스러움이
어깨를 안쪽으로 접히게 만들고 있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교실 안으로 흘러들었다.
“얘들아, 오늘 새 친구가 왔어.
이름은 유셉이야.”
아이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움직였다.
“시리아래.”
“전쟁 난 데잖아.”
작게 흘린 말들이 유셉의 귀에도 또렷이 닿았다.
유셉은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지 않는 편이 더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때, 교실 뒤쪽에서 박수 소리가 났다.
하나였다.
크지도, 요란하지도 않은 박수였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하나는 유셉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유셉은 잠시 고개를 들었다.
그 웃음은 질문도, 호기심도, 두려움도 아닌 얼굴이었다.
그냥 반가운 얼굴.
그 순간, 다른 아이들의 손도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셉은 처음으로 자기 이름이 환영받는 소리를 들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유셉은 음악실로 들어왔다.
기타를 꺼내 놓았지만 연주를 시작하지는 못했다.
줄을 튕기기 전의 침묵이 늘 더 어려웠다.
그때 문이 열렸다. 하나였다.
하나는 말 대신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또박또박 글자를 적었다.
"난 꿈에서 봤어. 니 모습을."
유셉은 그 종이를 받았다.
한 번, 그리고 다시 한 번.
“정말…?”
유셉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셉은 잠시 숨을 골랐다.
“난… 아랍 사람이야.
우리 집은 대대로 예수님을 믿어.”
말을 하다 보니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근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
유셉은 기타를 내려다보았다.
“난… 내가 아랍 사람을 위해 태어났다고 느껴.
그래서 아랍인으로 부름을 받은 것 같아.”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내 꿈은 메카에서 예배를 드리는 거야.”
그 말은 조심스러웠고, 그러나 분명했다.
하나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다시 종이를 꺼냈다.
"괜찮아. 난 이미 봤어.
니 꿈은 이루어질거야."
유셉의 눈이 커졌다.
“정말…?”
하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셉은 아무 말 없이 기타를 들었다.
그리고 줄을 한 번 튕겼다.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단단했다.
하나는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 들었던 그 리듬 같았다.
유셉은 연주를 멈추고 말했다.
“이 기타는…아버지가 사주셨어. 전쟁 나기 전에.”
약간의 침묵 이후에 유셉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집에서 가져올 수 있었던 유일한 물건이야.”
하나는 기타를 바라보며 천천히 박자를 맞췄다.
말은 없었지만 두 사람은 같은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날, 봄울학교 음악실에서는
아직 이름 없는 예배가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