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울밴드

22화 초청장 두 장

by 봄울

UAE의 공문이 도착한 지
이틀 뒤였다.


사우디의 문화청 내부 회의실.

보고서가 하나 더 올라왔다.

“UAE가 먼저 움직였습니다.”


회의실 공기가 달라졌다.

“청소년 여론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낮게 말했다.

“메카를 축복한 노래입니다.”


잠시 정적.

문화 책임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침묵하면,
태도를 잃습니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초청입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지는 지킵니다.
그러나 축복을 거절하지는 않습니다.”


그날 밤,
또 하나의 공문이 작성되었다.

발신: 사우디 청년문화교류위원회.
제목: 청소년 문화 교류 공식 초청의 건.




그리고 며칠 뒤,

봄울학교 교무실에
두 장의 초청장이 나란히 놓였다.


“UAE… 사우디?”


아이들이 숨을 삼켰다.


“진짜야?”

“우리가?”


민찬은 말을 잇지 못했다.

유셉은 잠시 눈을 감았다.

메카라는 이름이
이제 종이 위에 있었다.

그러나 기쁨은
곧 걱정과 함께 왔다.


“중동이라고?”

한 부모가 말했다.


“거기… 위험한 거 아니에요?”


뉴스에서 보던 단어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테러.
알카에다.
분쟁.


정보는 적었고,
이미지는 강했다.

학교는 설명회를 열었다.

아이들은
SNS 화면을 부모에게 보여주었다.


“이 친구 봐요. 사우디 또래예요.”

“여기, 요르단에서 응원 댓글 달았어요.”

“UAE 친구가 영상 번역해줬어요.”


부모들은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아랍어 댓글 아래
하트 이모지가 달려 있었다.


'Blessing from Korea.'
'Come to our city.'
'We wait for you.'


한 어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눈이 젖어 있었다.


‘저 아이가… 저렇게 웃는구나.’


위축되던 아이.
말을 아끼던 아이.
상처를 숨기던 아이.


그 아이가
세상과 대화하고 있었다.


그날 밤,

몇몇 부모는
아이 몰래 울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자랑스러워서.



출국은 다음 달.

시간은 많지 않았다.

유셉이 말했다.


“우리가 가면,
뭘 불러야 할까?”


민찬이 드럼 스틱을 굴렸다.


“자유 말고…
그 땅 얘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유셉은 고개를 끄덕였다.

“향신료의 노래.”


루이가 웃었다.

“향신료길?”


유셉의 눈빛이 깊어졌다.


“무역이 오가던 길.
사람이 오가던 길.
이름을 묻지 않던 길.”


그는 기타를 잡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멜로디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사막을 건너
향이 섞이고
언어가 섞이던 시대.


“이번 노래는…
길에 대한 노래야.”




그 시각,

사우디 문화청 내부.

문화 책임자는
창밖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UAE의 움직임은 빠르고,
청소년 여론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낮게 말했다.


“우리는 무엇을 지킬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열 것인가.”


책상 위에는
봄울밴드의 영상 캡처가 놓여 있었다.

기타 한 대.

작은 목소리.


“사랑은 도착한다.”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
길이 열린 건가.”




그리고 그날 밤,

유셉은
처음으로 ‘향신료의 노래’ 첫 줄을 적었다.


바람이 향을 싣고 오던 길
이름 대신 향으로 인사하던 길


그는 알지 못했다.

그 노래가
아이들을 어디까지 데려갈지.


그러나 분명했다.

이번 여정은
공연이 아니라

길이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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