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허락된 모래폭풍
이 장면은
시간으로 남기고 싶었다.
나는 그곳에서
11년을 살면서
비슷한 풍경은
여러 번 보았다.
광야의 바람,
모래가 일어나는 순간들,
하늘과 땅이 뒤섞이는 장면들.
하지만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순간은
많지 않았다.
위치가 맞아야 했고,
거리가 맞아야 했고,
무엇보다
그 순간이 허락되어야 했다.
이 사진은
그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 날이었다.
버스는 멈추지 않았고,
시간도 길게 주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그 순간을 붙잡았다.
그래서인지
이 사진은 나에게 조금 다르게 남았다.
수많은 사진들 사이에서
이 한 장만은
내가 선택해서 찍은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후에
다른 모래폭풍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그곳의 모래폭풍들은
넓고, 거대하고, 위협적이었다.
마치
“너를 삼킬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공포의 형상이었다.
그런데
내가 찍은 이 장면은
조금 달랐다.
위협적이지 않았다.
거리가 있었고,
가늘었고,
하늘에 닿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언가를 무너뜨리기보다,
그저
자연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조용히 보여주는 장면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 사진을 보며
두려움보다
다른 감정을 느꼈다.
이건
재난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사인’ 같았다.
하나님이
“이 장면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잠깐 멈춰서
보라고 건네준
선물 같은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