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 느린 남매 육아일지

엄마, 내가 설거지 도와줄게요!

by 봄울

두 달 전, 주말에 있었던 일이다.

시어머니께서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볶음밥을 만들어주셨다.
다음 날 아침까지 먹을 수 있을 만큼 넉넉히 준비하셨는데,
아이는 그 많은 볶음밥을 모두 헤치워버렸다. 정말 맛있게, 싹싹.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싱크대 앞으로 가더니
고무장갑을 끼고 서 있었다.


"아들, 설거지 하려는 거야?"


아이 옆에 다가가 보니
주방세제를 꺼내어 그릇에 조심스럽게 묻히고 있었다.


"엄마, 깨끗해요?"
"응, 깨끗해."


아이의 손이 그릇을 몇 번 문지르다가 멈추고,
내 얼굴을 쳐다보며 다시 묻는다.


"정말 깨끗해요?"

"응, 정말 깨끗해."


그 순간 문득 궁금해졌다.


"근데, 왜 설거지를 하려고 했어?"

아이의 대답은 짧고도 깊었다.


"엄마에게 휴식 시간을 주고 싶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는 평일엔 일을 하고,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보통 저녁 6시 반쯤 된다.
그 시간쯤이면 가족들이 식사를 하고 있거나,
나를 기다리며 함께 저녁을 먹을 준비를 한다.


고맙게도 시어머니께서 미리 저녁을 차려주시는 날이 많다.
그 덕분에 따뜻한 집밥을 먹을 수 있지만,
그 뒤의 설거지는 언제나 내 몫이었다.

그런 우리 집 풍경 속에서,
아이가 ‘엄마를 쉬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서툰 손길로 설거지를 하려 했다는 것.
그 자체로 참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비록 설거지는
그릇에 주방세제를 묻히는 데서 끝이 났지만,
아이의 마음만은 내 하루를 충분히 위로해주었다.


첫째 아이 덕분에
그날, 내 마음은 오랫동안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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