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좋아하는 음식들
태어나 줘서 고마워
둘째는 ‘엄마’, ‘아빠’라는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은 꼭 필요할 때만 꺼낸다.
그것도, 우리가 먼저 “엄마(아빠)” 하고 부탁해야 들을 수 있다.
그런 둘째는 입맛이 시어머니를 닮았다.
배추가 들어간 김치된장국, 시래기 된장국을 유난히 좋아하고, 김치는 당연히 잘 먹는다.
다만, 식당에서 나오는 김치가 입맛에 맞지 않으면 고개를 살레살레 젓는다.
부추짱아지, 마늘쫑장아찌도 잘 먹는다.
고기와 생선은 좋아하지만, 핫도그와 피자는 외면한다.
빵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모닝빵만 먹고, 도넛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빵보다 떡을 더 잘 먹는다.
둘째와 두 살 터울인 오빠와 함께 즐기는 메뉴라면
감자튀김, 생선, 고기, 짜장면, 스파게티 정도다.
주말이면 오빠는 라면을 끓여달라고 조른다.
면은 오빠가 먹고, 국물은 둘째가 마신다.
오빠가 좋아하는 소시지는 둘째는 먹지 않는다.
브로콜리와 파프리카도 잘 먹고,
상추에 할머니가 만든 집된장을 찍어 먹는 걸 즐긴다.
할머니 텃밭에서 딴 블루베리를 한 움큼씩 먹고,
할머니가 드시는 음식이라면 늘 한입 뺏어먹고 싶어 한다.
첫째와 둘째의 입맛이 다른 탓에 메뉴를 고를 때마다 고민이 된다.
요즘에는 내가 다이어트를 하려고 사둔 아몬드브리즈를 귀신같이 찾아내 마신다.
사놓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냉장고에 있는 요구르트, 우유, 요플레도 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 먹는다.
콜라나 사이다도 좋아해 꼭 숨겨둬야 한다.
말을 못 하는 둘째는 “더”라는 대신 빈 컵을 꼭 쥐고 와서 내민다.
그 표정은 말보다 분명하다.
‘조금만 더 주세요.’
어쩌면 ‘빨리 내놔라. 다 알고 있다.’는 협박과 같은 건들거리는 태도에 가깝다.
오늘은 오랜만에 휴가를 맞아 저녁에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파스타면을 삶으려고 물을 올리자, 둘째가 연신 부엌을 기웃거렸다.
간이 조금 싱겁게 되었지만, 두 아이는 모두 두 그릇씩 비웠다.
“간만에 엄마가 해준 음식”이라며 말하지 않아도 칭찬이 느껴졌다.
둘째를 보고 있으면 깨닫는다.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꼭 말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행동과 표정, 그 모든 게 아이의 언어다.
그래서 더 고맙다.
태어나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