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 느린 남매 육아일지

휴대폰을 좋아하는 딸 - 느려도 괜찮아

by 봄울

둘째 딸아이는 휴대폰을 무척 좋아합니다.
“요즘 휴대폰 안 좋아하는 아이가 어디 있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을 이미 할 줄 아는 아이가 보는 것과 아직 말을 하지 않는 아이가

휴대폰에만 몰두하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 녀석은 할머니 휴대폰 케이스를 능숙하게 벗겨내고,

유튜브 앱을 켜서 좋아하는 ‘타요’를 찾아냅니다.

특히 ‘타요의 환상의 우주여행’을 주구장창 클릭하지요.

처음에는 영상을 보지 않고 1초에 한 번씩 클릭만 반복하길래,

“스스로 통제하는 게 재미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할머니 휴대폰에서 아빠 휴대폰, 그리고 엄마 휴대폰까지 차례대로 차지합니다.

요즘엔 엄마 휴대폰에 타요와 뽀로로 영상을 많이 클릭해두어서,

가장 먼저 엄마를 찾곤 합니다.

심지어 영어 뽀로로까지 즐겨 보면서 예전보다 시청 시간이 늘었습니다.


휴대폰에서 노래가 나오면 거실을 왔다 갔다 하며 뛰고,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박수를 치거나 괴성을 지르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여름 무더위에도 거실에서 마음껏 소리를 내고 뛰는 게 좋은가 봅니다.

하지만 모여 있는 공간에서는 늘 한마디 듣습니다.


“율, 소리 좀 줄여!”



때로는 엄마가 오빠 공부를 도와주거나 빨래를 돌리느라 바쁠 때,

질투심 때문인지 종이를 북북 찢기도 합니다.


“엄마, 율이가 종이 찢었어요!”


오빠는 TV를 보거나 태블릿으로 공부하는 와중에도

동생의 사고 소식을 놓치지 않고 가장 먼저 알려줍니다.

아빠가 알기 전에 엄마가 얼른 수습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겠지요.


둘째는 충분히 놀고 나면 자기 전에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잠듭니다.

하지만 20분밖에 안 본 휴대폰을 엄마가 뺏어가면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목 놓아 울어버립니다.

요즘에는 아침마다 눈뜨자마자 휴대폰을 찾는 습관까지 생겼습니다.


재미있는 건, 비밀번호는 풀 줄 모르고 유튜브를 직접 실행하지도 못하지만,

단지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해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엄마는 둘째보다 먼저 일어나 휴대폰과 태블릿을 숨기는 게 아침 일과가 되었습니다.

눈에 띄지만 않으면 짜증이 훨씬 줄어드니까요.




며칠 전에는 할머니가 깜빡하고 휴대폰을 숨기지 않아,

아침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울어대는 바람에 결국 파리채까지 들고 협박을 해야 했습니다.

그 소리에 예민한 오빠는 종종 말합니다.


“엄마, 율이가 너무 시끄럽잖아요! 율이 버릴까?”


동생의 시끄러운 울음이 오빠에겐 감당하기 힘든 소음이자,

빨리 사라졌으면 하는 존재가 되기도 하나 봅니다.


결국 오늘 아침도 엄마는 부지런히 휴대폰을 숨겼습니다.

하지만 둘째는 아빠 방에서 태블릿을 찾아내 20분 동안 뽀로로를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침밥을 먹으러 할머니 방으로 가기 전,

오빠가 몰래 태블릿을 빼앗아 숨겼는데도 둘째는 투정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할머니 앞에서 눈물을 터뜨리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그제야 할머니가 알아차리고 달래주며 손녀가 좋아하는 마늘쫑 멸치볶음과 북어 콩나물국을 내어주셨습니다.




둘째의 휴대폰 사랑은 부모로서 걱정이 됩니다.

지금도 느린 말하기가 더 늦어질까 해서요.


하지만 이 아이가 조금씩이라도 내면이 자라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언젠가 “엄마, 걱정하지 마. 나 잘 자랐잖아.” 하고 씩씩하게 말해줄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날이 온다면, 이 아이가 조금 늦더라도 자기 속도로 잘 자라주었구나,

행복하게 웃을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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