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 느린 남매 육아일지

둘째 딸의 장난 - 성장하는 중입니다.

by 봄울

지난주 목요일, 첫째 아이는 아빠와 함께

추석 전에 벌초를 한다고 춘천에 갔다.
토요일에 하려던 계획이었지만 비 소식이 있어 금요일에 연차를 내고 서둘러 다녀온 것이다.
그 덕분에 나는 둘째 딸과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우리 공놀이해볼까?”


수박처럼 생긴 비치볼을 꺼내 건네자,

아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공을 받아 들었다.


“엄마한테 주세요!”


마지못해 공을 주고받던 아이는

곧 공을 정리함 위에 올려두었다.

‘엄마, 난 공놀이 하고 싶지 않아요.’

라는 표현 같았다.


잠시 방바닥에 누워 쉬고 있는데,

아이는 내 화장품과 책을 TV장 뒤편에 꽂아 넣었다.


"이거 누가 그랬어?"


아이는 엄마의 반응을 보면서 깔깔대고 웃는다.


'둘째가 장난을 치는구나!'


정리할 일이 늘어나긴 했지만,

엄마에게 장난을 건넬 만큼 아이가 마음을 표현한 게 오히려 기뻤다.




목욕 시간도 작은 변화가 있었다.

둘째는 늘 빨간 고무통에 몸을 담그는 걸 좋아하지만, 샤워기 물소리는 두려워했다.

그래서 녹색 세숫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담아 바가지로 머리카락을 적시곤 했는데,

어제는 달랐다.


추운 날씨에 빠르게 씻기려다 샤워기로 살짝 머리를 적셨는데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고개를 잘 맡기며 협조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아,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년 동안 있었던 일들이 새삼 떠오른다.

둘째는 양치를 할 때 입안에 있는 치약을

물로 헹구어 뱉는 것을 하지 않았다.

아이를 눕혀서 양치를 도와주고

주방 싱크대 앞에서 물컵을 건네주면

입으로 한 모금 삼키고는 재빠르게 도망갔다.


"율, 뱉어야 하는 거야!!"


다급하게 큰 목소리로 건넸지만,

아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저 녀석이 언제 양치를 제대로 하려나?'


훈련되지 않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속의 낙심이 피어오르던 때가 있었다.

유치원과 집에서 반복적으로 아이에게

연습을 도운 결과 지금은 양치하고

입 안의 치약을 뱉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 잘했어! 훌륭해!'




돌아보면 이불에 오줌을 누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이불빨래를 했었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서 어린이용 변기에 쉬를 하는 모습을 보면 '다 컸구나. 잘 컸네.' 하는 생각마저 든다.


또 유치원 알림장에는 선생님이 “밖에서 놀까?”라는 질문에 아이가 8번 만에 “네”라고 대답했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퇴근 후 집에서 열심히 시도해 봤지만,

집에서는 여전히 ‘우’, ‘아’만 들려주었다.

그래도 충분히 고마웠다.


'나도 곧 들을 수 있을 거야.' 하는

희망이 생겼으니 말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침마다 휴대폰을 찾지 못해 울던 아이가, 오늘은 울지 않았다.

유치원에서 받은 교육 덕분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휴대폰에 대한 교육이 있었다고 들었다.


'콩나물처럼 자라고 있구나.'


성장은 키와 몸무게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마음, 이해, 인내, 웃음들도 자라고 있다.

둘째의 행동을 지켜볼 때마다 언어보다 더 큰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다.


'엄마, 나 잘 자라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


잘 자라고 있구나.
고맙다.

이전 12화발달이 느린 남매 육아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