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가 왜 주황색이에요?
어제 있었던 일이다.
첫째 아이와 남편은 주말 동안 춘천에 벌초를 다녀왔고, 일요일 오전에 집에 돌아왔다.
집에 먹을 것이 없을 것 같아 저녁에 햄버거를 먹을 요량으로 첫째 아이에게 물었다.
"저녁에 뭐 먹고 싶어?"
"떡볶이."
"햄버거와 감자튀김은 어때?"
"좋아요."
아이의 답변을 듣고 나서 남편과 햄버거를 사러 가려고 했는데,
장시간 운전 피로 때문인지 남편은 금세 곯아떨어져 있었다.
기다리다 저녁 시간이 되어 시어머니 댁으로 갔다.
햄버거를 사 오겠다고 말씀드릴 생각이었는데,
시어머니는 이미 비빔국수 준비를 하고 계셨다.
"손주는 떡볶이 데워주면 될 것 같고, 손녀는 뭘 먹을까? 비빔국수 하려고 하는데?"
"좋지요. 어머니!"
햄버거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밥상을 펴고 행주로 닦았다.
국수가 삶아지자 어머니는 얼른 아이들을 데려오라고 하신다.
"네, 제가 데리고 올게요."
50m 거리의 길을 후다닥 이동해서 아이들에게 저녁을 먹자고 불렀다.
"밥 먹으러 가자!"
아이들은 금세 따라나섰지만, 남편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등불을 꺼주고 아이들과 함께 시어머니방으로 갔다.
밥상 앞에 앉아 떡볶이를 한 입 먹은 아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엄마, 떡볶이 색깔이 왜 주황색이에요?"
지난번 해주고 남은 떡볶이를 냉동실에 넣었다가 꺼낸 터라,
물을 부어 다시 끓였더니 떡은 쫄깃하지 않고 물컹하게 늘어나 있었다.
맛이 달라졌다는 걸 아이는 금세 알아챘다.
보통이라면 "맛없어", "다른 거 줘!" 하고 투정할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질문 하나로 속마음을 전했다.
그러고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잘 먹었습니다."
맛있지 않았는데, 잘 먹을 수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감사합니다'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엄마와 할머니를 동시에 당황하게 만든 한마디였다.
아이가 일어서자 시어머니가 물으셨다.
"하울이 라면 끓여줄까?"
"네"
불평 한마디 없이 라면을 기다리는 손주를 보며,
"입맛은 알아가지고." 하고 시어머니는 빙긋 웃으신다.
둘째 딸은 할머니가 만든 비빔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할머니 그릇에 담긴 것도 모자라 혼자서 다 먹은 듯했다.
"율이 잘 먹네?"
뒤늦게 남편이 국수가 불까봐 달려왔지만, 국수는 이미 깨끗이 사라지고 없었다.
첫째 아들은 엄마가 끓여준 라면을 맛있게 먹고 방으로 돌아갔다.
"할머니, 안녕히 주무세요."
아이를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보통은 음식 맛이 없으면 "이게 뭐야?", "안 먹어!" 하며 불평하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아들은 달랐다.
'맛이 변했다'는 사실을
"떡볶이 색깔이 왜 주황색이에요?"라는 순수한 질문으로 표현했고,
끝내는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결국, 아이의 지혜로운 태도 덕분에 할머니는 라면을 제안하셨고,
모두가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남은 떡볶이는 고양이들의 밥이 되어 작은 만족까지 더했다.
'네가 나보다 낫구나.'
어른이 되어도 하기 힘든 태도를 아이는 이미 보여주고 있었다.
맛없는 떡볶이 앞에서조차 배려와 지혜를 선택한 그 순간,
나는 아이에게서 큰 배움을 얻었다.
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우며 자주 생각한다.
'발달이 느린 아이는 뭘까?'
첫째 아이는 ADHD와 지능이 낮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가끔씩 그 어떤 정상적인 아이들보다,
아니 어른들보다 더 훌륭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지능이 높다고 해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만은 아니다.
지능이 낮다고 해서 배울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어른이라고 해서 언제나 바른 행동만 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라고 해서 반드시 미숙한 것도 아니다.
가끔은 아이가 어른보다 더 훌륭하다.
나는 그 사실을, '주황색 떡볶이' 앞에서 다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