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이 내 공간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수도 있잖아요?
남편은 3형제 중 둘째지만,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서 명절이면 큰집과 작은집 모두 우리가 있는 보은으로 모인다.
막내서방님은 인천에서 출발해 금요일 밤늦게 도착했고, 아주버님 댁은 주일 예배를 마치고 일요일 오후에야 도착하셨다.
막내서방님 가족, 시어머니와 남편은 교회에 다니지 않지만, 명절에는 가족들이 함께 음식을 차려놓고 추도예배 형식으로 예배를 드린다. 아주버님 댁이 신앙이 깊기 때문이다.
예배를 마치고 온 가족이 아침식사를 함께했다.
아주버님 부부는 법주사로 산책을 나가셨고, 두 자녀는 집에 남았다. 초등학교 5, 6학년 연년생 남자들이고, 이제는 부모님이랑 같이 따라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금요일에 도착했던 막내서방님 가족은 “오후엔 길이 막힐 것 같다”며 일찍 귀경길에 올랐다.
그때 첫째 아이가 아주버님 자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저 형들은 안 가?”
“작은 아빠네만 가시는 거야.”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첫째 아이는 자신의 공간에 누군가 들어오는 걸 유난히 싫어한다.
형들은 활달했고, 짐볼 두 개를 겹쳐 타거나 서로에게 던지며 신나게 놀았다.
그 와중에 첫째가 만든 블록 로봇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서졌다.
그날 밤, 아이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힘들게 만든 건데….”
방문을 살짝 열자, 아이의 눈가엔 눈물이 가득했다.
내가 말리기 전에, 아이는 눈물을 꾹 삼키며 참으려는 듯했다.
‘형들이 오랜만에 놀러 왔잖아. 같이 놀아야지.’
내가 할 말을 미리 알아챈 듯,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는 계속 형들이 언제 떠나는지를 물었다.
마음속으로는 얼른 집이 조용해지기를 바랐던 것 같다.
“아들, 형들은 편하게 놀게 두고, 우리 외할머니 댁에 다녀올까?”
내 제안에 아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요! 형들이 내 방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거잖아요!”
결국 아이는 형들이 모두 떠난 것을 직접 확인한 뒤에야 마음을 놓고 외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계절의 흔적을 빠르게 발견하는 곳이다.
마당에는 낙엽이 가득했고, 시어머니께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마당을 쓸곤 하셨다.
할머니가 한쪽으로 쌓아둔 낙엽과 빗자루를 보더니 첫째 아이는
빗자루를 들고 낙엽을 함께 쓸어주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나보다 낫다. 기특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자신의 공간이 침범당한다고 느끼면 예민해지고, 감정이 요동친다.
명절 중엔 귀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나오고, 한쪽 귀가 부어 아파하기도 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아픈 귀를 살짝 스쳐서 만지게 되었다.
“아프단 말이에요!”
짜증을 내며 나와 함께 자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리던 아이는,
잠시 후 스스로 돌아와 말했다.
“엄마, 제가 죄송해요. 엄마랑 잘게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사과할 줄 아는 아이.
형들에게 ‘갑질’하는 것 같아 민망하면서도,
그 솔직하고 여린 마음이 밉지가 않아 웃음이 났다.
조금 예민하고 금세 삐지지만,
1시간 안에 사과하며 평화를 회복시키는 사람.
그게 우리 첫째다.
“오늘 하루 어땠어?”
“재미있었어요.”
“뭐가 재미있었는데?”
“엄마랑 같이 있어서요.”
언제나 답이 정해져 있는 아이의 대답.
그 말속에 아이의 마음이 다 들어 있다.
‘나는 행복해요. 나는 즐거워요.’
명절마다 형들과의 관계에서 작은 파도가 일지만,
언젠가 그 파도도 잔잔해지겠지.
형들과 웃으며 놀고, 자신의 세상을 조금씩 나누는 법을 배워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