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여행경비와 순례의 마음
많은 인원이 움직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때 한 사모님이, 팀을 위해 가장 저렴한 조건을 찾아냈다고 했다.
어떤 브로커가 제일 낮은 금액으로 해주겠다고 하면서, 입금을 자신에게 하라고 했던 것이다.
사모님은 곧바로 돈을 입금했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비행기는 출발했는데 한국 여행사에서는 그 돈을 받은 기록이 없었다.
이집트에서 팀이 붙잡혔고, 일부 팀 리더들이 카드로 경비 일부를 입금하면서 간신히 순례를 계속할 수 있었다.
인원이 70명이라 버스 2대로 움직여야했기에 다른 여자 가이드와 내가 아라바국경에서 이 팀을 만났다.
처음에는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2시간동안 국경에서부터 페트라가 있는 호텔까지 안내하고 내일 일정을 위해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에 시작되었다.
오전 7시에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손님들은 이미 버스에 올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현지 여행사 사장이 돈 문제로 버스를 출발시키지 못하게 지시한 것이다.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죄송하지만, 저희도 지시를 받아서 진행하는 겁니다."
급하게 몇몇 리더 목사님들이 카드를 긁어 여행사에 입금했고, 겨우 팀은 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팀은 이스라엘에 넘어가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결국 문제를 일으킨 사모님은 탈진과 실신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경험을 보면서 나는 깨달았다.
순례를 오시는 분들 가운데, 조금이라도 덜 내고자 애쓰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견적을 문의할 때 40명이라고 했다가, 실제로는 15명에서 20명이 오면서
“비용은 40명이 올 때처럼 해달라”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팀들은 이미 마음 한켠에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호텔을 써도 “분명히 안 좋은 곳을 줬을 것”이라 생각했고, 날씨나 국경 수속에 문제가 생기면 더 불평했다.
반면, 정당한 값을 치른 팀들은 작은 불편에도 감사하며 여행을 즐겼다.
10년동안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제대로 값을 지불해야 온전히 누릴 수 있고, 마음도 풍성해진다는 사실.
순례길에서의 평안과 감사함은 단순히 여행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걸으며 마음을 준비하고 정직하게 참여할 때 경험할 수 있는 선물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