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폭설 속 호텔 갇힘
우리 팀은 아라바 국경에서 페트라 1박, 암만에서 1박을 하고
마다바와 느보산 일정을 남겨둔 상태였다.
점심식사 후에는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는 날이었다.
겨울은 성지순례 시즌이었다.
우리 팀 이외에도 호텔에는 4~5팀 정도의 다른 순례팀이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공항에 가야 하는 날, 갑작스러운 폭설이 내린 것이다.
오전 5시 30분, 나는 호텔로 가기 위해 집 앞에서 택시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거리에는 차가 하나도 없었다.
상황을 직시한 나는 걸어서 호텔로 향했다.
호텔 앞에는 역시나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고,
공항도 마비되어 비행기가 뜨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손님들은 최소한 상황이 풀릴 때까지 1박을 자신의 돈으로 지불해야 했다.
현지 여행사에서는 1박에 인당 300달러를 요구했다.
가족 단위로 온 분들은 하룻밤에 100만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누구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강팍해지고 날카로워졌다.
모두가 불안해했고, 예민해졌으며, 한 방에 여러 명이 있어야 한다고 우기기도 했다.
현지 여행사와 연락을 계속 주고받던 내 휴대폰 배터리는 소진되었고,
충전도 하고 잠도 자야 했기에 다시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지나가던 사람이 내 얼굴에 눈뭉치를 던져,
나는 울면서 걸어야 했다. 너무 아팠다.
다행히 다음 날, 날씨가 풀렸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공항으로 무사히 손님들을 모셔다 드릴 수 있었다.
이 일을 겪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돈이 뭔데, 신앙을 팔아먹으려 드는가?”
예상치 못한 변수와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신앙의 밑천이 드러난다.
하지만 한편으로,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나 역시 당황하고 예민해지고,
불평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이드였기에 제3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니,
현실만 보이고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순간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가 아니라
“내가 너희와 항상 함께 있겠다”였다.
그 날, 나와 순례팀 공동체는 모두 같았다.
똑같이 어리석었고, 똑같이 믿음 없는 행동을 했던 우리였다.
부끄럽지만, 그 부끄러움 속에서 나는 신앙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