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수 있기를, 시리아에서

3화. 옥상에서 쉬어가는 밤

by 봄울

다마스커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기울고 있었다.
국경에서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몸과 마음은 오래 이동한 사람처럼 조금 무거워져 있었다.

숙소는 오래된 건물의 옥상에 도미토리가 있는 곳이었다.

계단을 따라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낡은 금속문이 있었고,
그 문을 열면
하늘과 맞닿은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철제 침대가 몇 개 놓여 있었고,
천천히 도는 선풍기 하나가 공기를 굴리고 있었다.

바람은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그 느린 회전이
몸에서 서서히 기력을 풀어내는 데에는 충분했다.


나는 가방을 내려두고
침대 옆에 천천히 앉았다.

가이드로 일할 때 나는
늘 누군가를 살피고 생각했다.
불편한 사람은 없는지,
다음 동선은 어떻게 이어야 하는지,
내가 책임져야 하는 표정은 어디에 있는지.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무도 내가 누군가를 챙기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가
몸속 깊은 긴장을 풀어주었다.

나는
'아, 나 지금 쉬어도 되는구나.'
하고 아주 조용히 생각했다.



어떤 여행자들은 침대에 누워 책을 읽었고,
어떤 이들은 작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말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지만
소리는 편안했다.

그들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고,
웃음도 작았다.

이 공간에서
누구도 다른 이에게 힘을 요구하지 않았다.

여기서는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 점이
참 좋았다.




나는 일어나
난간으로 걸어갔다.

도시는 아래에 있었다.
하루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거리.
천천히 식어가는 여름의 저녁.
멀리서 들린 아잔(저녁 기도 소리)이
공기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이 도시의 속도와
내 속도가
언젠가부터 천천히 맞춰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멈춰 있어도 괜찮은 자리.

그 자리에
나는 있었다.




현은 침대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난간에 기대어 바람이 식어가는 방향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말이 필요 없었다.
이미 충분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나는 조용히 속으로 말했다.

“오늘, 나는 쉰다.”

그 말은 다짐이 아니라
그저 사실이었다.




그날 밤,
다마스커스의 옥상에서
나는 처음으로
이 여행이 일이 아니라, 삶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서
아주 천천히
숨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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