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직가 거리를 걷다
다마스커스의 골목을 천천히 지나
직가 거리(Straight Street)에 들어섰다.
길은 생각보다 좁고 길었다.
햇빛은 건물의 벽을 타고 흘러
바닥까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이 길을
예전에도 걸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 마음으로 걸었고,
이번에는
내 속도로 걸을 수 있는 마음으로 걷고 있었다.
걸음의 느낌은
그 차이만으로도
완전히 달라졌다.
직가 거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길이기도 하다.
앞을 보지 못한 채 이 길을 걸어 들어왔던 사람.
그를 이끌던 손,
그에게 다시 빛을 건네준 사람,
그리고
그가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 세계.
나는 그 이야기를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누구에게나
한때는 앞이 잘 보이지 않던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종교의 이름으로도,
기억의 이름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시간.
그저
어둡지만 누군가와 함께 걷는 시간.
길 끝에 가까워질 때
아나니아 기념교회로 내려가는 작은 문이 있다.
문턱을 지나
좁은 계단을 내려가면
작고 낮은 공간이 나온다.
돌의 냄새가 오래 남아 있는 방.
누구의 목소리든
조금만 높아져도 벽에 닿아 되돌아올 것 같은 공간.
그 안에서
사람들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조용히 숨을 고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말하지 않았다.
입을 열지 않아도
이미 그 자리에 닿아 있다는 감각이 있었다.
어떤 공간은
말보다 조용한 존재감이 먼저 오는 법이다.
다시 계단을 올라와
직가 거리의 바람 속으로 돌아왔을 때
햇빛은 조금 더 기울어 있었다.
현은 앞서 걷고 있었고,
나는 그 걸음을
서두르지 않고 따라갔다.
바람은 여전히 천천히 불었다.
그 바람 속에서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시간을 지나온다.
그 시간을 견디게 하는 건
거대한 진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걸음,
누군가의 손,
누군가의 목소리.
그 사실은
설명이 아니라
살아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중 하나였다.
나는 다시 걸었다.
직가 거리는
여전히 단순하고 조용한 길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 길을 걷기 전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변화는 언제나 아주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
그날의 변화도
그 작은 길 위에서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