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수 있기를, 시리아에서

4화. 금요일의 다마스커스, 멈추어 있는 도시

by 봄울

다마스커스의 금요일은
하루 전체가 쉼의 결을 가지고 있었다.
문을 닫은 상점들,
천천히 드리운 천막들,
거리를 가로지르는 바람.

사람들이 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쉬고 있는 도시였다.

나는 예전에 가이드로 이 도시를 걸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일정에 맞춰 걸음을 재고,
손님들의 표정을 살피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도시를 ‘설명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그저 걷는 사람이었다.

설명할 필요도,
이끌 필요도 없는 시간.



우리는 좁은 골목을 지나
하미디예 시장 입구에 닿았다.

긴 천장 아래 어둠이 천천히 늘어선 공간.
금요일의 시장은 거의 정지된 화면 같았다.
셔터는 내려져 있고,
걸음 소리도 크게 들리지 않았다.

그 고요 속에서
문득, 사람들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모여 있는 곳을 발견했다.

중심에는
의자 하나.
그 위에 앉은 한 노인.

그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알아보았다.

그는 하카와티 — 이야기꾼이었다.

옛 시리아에서
사람들은 저녁이 되면 모여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왕 앞에서도, 시장에서도,
사람들은 말 하나로 시간을 건너갔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웃음을 가져올지,
눈물을 데려올지,
누군가의 마음을 잠시 멈추게 할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사람들은 기다렸다.




나는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리듬은 들을 수 있었다.

말의 톤이 조금 올라가면
사람들의 시선은 앞으로 쏠리고,
말의 속도가 천천히 가라앉으면
숨소리마저 느껴질 만큼 조용해졌다.

그 순간,
도시는 멈춘 것이 아니라, 듣고 있었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현이도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말뜻을 다 알지 못하면서도
왜 이 장면이 아름다운지 알고 있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나는 그 표정을 보며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사람이 도시를 만든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이
사람을 사람이 되게 하는 건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말,
누군가의 기억,
누군가가 전하고 싶었던 마음.

그것이
시간을 건너 여기까지 남아 있었다.




그날의 다마스커스는
조용했다.

그러나 그 조용함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채워진 침묵이었다.

도시는 쉬고 있었고,
사람들은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도시를 다시 좋아하게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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