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수 있기를, 시리아에서

14화. 유프라테스,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강

by 봄울

알레포에서 동쪽으로 더 들어가면
데이라에주르가 있다.
유프라테스 강을 만날 수 있는 곳.

유프라테스라는 이름은
나에게 오래전부터 상상 속의 강이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시작,
아주 큰 물,
역사가 몸을 실어 흐르는 강.

그래서 나는
그 강을 만나기 전에 이미
그 강에 대한 풍경을 마음속에 그리고 있었다.

폭이 넓고,
강한 흐름과 빛의 굴절이 있고,
시간이 두텁게 쌓여 있는 강.

나는 그런 강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
유프라테스는
생각보다 조용했고,
생각보다 작았고,
생각보다 흐릿했다.

강물은 천천히 흐르고 있었고
강둑에는 풀과 흙과 쓰레기가 섞여 있었다.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시간보다 짙게 남아 있는 강이었다.

나는 잠시
아주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마음과 눈이 맞춰지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네.”

그 말이 마음의 바닥에서 아주 조용히 떠올랐다.



그 감정은
실망도 아니고,
충격도 아니고,
무언가를 잃은 감각도 아니었다.

그저
현실이
상상과 다른 얼굴로 다가왔을 때
사람이 잠깐 멈춰 서는 그 순간의 감정.

기대는
때로는 우리가 미리 만들어 놓은 풍경이고,
현실은
그 풍경이 없는 자리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는 무엇일 때가 있다.

나는
그 둘 사이의 간극을
그 자리에서 천천히 느끼고 있었다.




현이는 조용히 강둑에 서 있었다.
그녀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조용함 속에서
우리 둘은 같은 마음을 공유하고 있었다.

남자친구는
강 흐름을 따라 눈을 천천히 옮기고 있었다.
그의 시선에도
어떤 결론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그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은 그 자리에 있었고,
우리는 그 강 앞에 있었다.

그 사실만이
그날의 장면이었다.



데이라에주르에는
그날 축제가 있었다고 했다.
도시 전체가 조금 들떠 있었고,
숙소 가격은 평소의 몇 배로 올라 있었다.

우리는
잠시 쉬고 싶었지만
쉴 수 없었다.

그래서
유프라테스 강의 모습을
그대로 마음속에 두고
곧바로 팔미라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그 선택도
길었다기보다
그냥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느껴졌다.



기대와 현실은
종종 이렇게 조용하게 어긋나고
그 어긋남 속에서
사람의 마음은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유프라테스는
크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나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현실은,
그 자체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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