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수 있기를, 시리아에서

16화. 팔미라의 밤, 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

by 봄울

팔미라의 저녁은
천천히 식어갔다.
붉게 물들었던 유적지의 돌들은
조금씩 색을 잃고
밤의 결을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게스트하우스의 지붕 위에 앉아
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이 떠올라 있었다.
하나둘이 아니라,
하늘 전체가 조용히 반짝이는 얼굴을 드러내는 속도였다.

바람은 낮보다 차분했고,
모래는 더 이상 뜨겁지 않았고,
사막은 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내 몸과 마음은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여행은
누군가를 위해 설명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정리하기 위해 떠난 여행도 아니었다.

그저
다시 숨을 쉬기 위한 여행이었다.

가이드로 걸었던 도시들,
사람들의 속도를 대신 맞춰주던 시간들,
늘 앞에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순간들.

그 모든 것에서
잠시 내려와
나의 속도로 걷고 싶었던 여름.

그 여름은
팔미라의 밤에서
아주 조용히
내 안에 닿고 있었다.


나는 이 도시가
내게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
말로 정리하려 하지 않았다.

말은 늘
무언가를 좁히고 선택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여행은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넓어지는 여행이었다.

사람이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여유롭게
조금 더 멀리 바라볼 수 있게 되는 변화.

그 변화는
설명이 아니라
숨이었다.


남자친구는 멀지 않은 자리에서
조용히 몸을 기댄 채 하늘을 보고 있었다.

현은 두 손을 머리 뒤로 베고
천천히 깊은 호흡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연결되어 있었다.

말이 없어도
마음이 닿아 있는 밤들이 있다.

그 밤은
지금처럼
조용하고
넓고
따뜻하다.


나는 그때
아주 작은 마음 하나를 품었다.

언젠가, 다시 올 수 있기를.

돌이 그대로 있고,
물레가 천천히 돌아가고,
사람들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이 도시의 빛이
다시 여름을 통과할 수 있기를.

나는 그 소망을
크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속에서
조용히 놓아두었다.

소망은
때로는 말보다
조용한 믿음의 형태로 남는 것이 더 오래가니까.


그리고 지금도
나는 알고 있다.

이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이 여행은 여전히 내 안에서 계속되고 있다.

도시들은 바뀌었을 수도 있고,
사람들은 흩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 여름에 느꼈던 속도,
그 바람,
그 조용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그 여름의 어디쯤에서
천천히 걷고 있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 땅도,
그 사람들도,
그 속도도.

그리고
그때의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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