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알레포, 사람의 숨이 이어지는 도시
라타키야에서 기차를 타고 알레포로 들어섰을 때,
도시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하늘은 조금 뿌옇고,
공기는 단단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서로 겹쳐져서
도시 전체가 낮은 진동을 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알레포는
누군가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삶을 살아가는 도시였다.
우리는 먼저 구시가지 시장(수크)으로 향했다.
길은 좁고 길었다.
돌로 된 아치형 천장이 길 위를 덮고 있었고,
빛은 틈 사이로만 들어왔다.
그래서 시장 안쪽의 공기는
바깥보다 어둡고,
대신 냄새와 소리로 가득했다.
올리브 비누의 진한 향,
계피와 카르다몸이 섞인 향신료 냄새,
갓 구운 빵의 고소한 온기,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물건들.
알레포는
눈으로 보기보다
코와 귀와 피부로 들어오는 도시였다.
시장 한가운데에서는
서로 말이 겹쳤고,
값을 흥정하는 소리는
마치 오래된 노래처럼 리듬을 갖고 있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살아있는 시간 속에 같이 서 있었다.
우리는 골목을 돌아
알레포 비누 가게 앞에 멈췄다.
점원은
올리브 비누를 칼처럼 생긴 도구로
천천히 잘라 보여주었다.
비누 속 결은
아주 고르게 쌓여 있었다.
시간이 만든 결이었다.
“이건 서두를 수 없어.”
점원이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나는 그 말이
이 도시 전체에 해당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레포는 서두르지 않는 도시였다.
그렇다고 멈추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기 리듬으로 살아가는 도시였다.
우리는 알레포 성채로 향했다.
성채는 도시 위에 있었다.
돌로 쌓인 오래된 성의 입구를 건너 올라가면
바람이 달라진다.
도시의 소리가
아래에서부터 얇게 올라오고,
눈앞에는 건물들이 면이 아니라 질감으로 펼쳐졌다.
한 집, 한 골목, 한 시장, 한 거리.
사람의 하루가 쌓여 만들어진 결.
나는 그 풍경을 보며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하마의 바람이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면,
팔미라의 빛이 마음을 부드럽게 밝혀주었다면,
알레포의 풍경은
내 마음을 바깥 세계로 다시 열고 있었다.
나는 다시
사람이 사는 곳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도시는 더 깊어졌다.
찻집에 앉아
현은 민트티를 마셨고,
나는 설탕을 저어 천천히 차를 마셨다.
사람들의 목소리, 걸음, 웃는 얼굴,
서로에게 말을 건네는 손짓.
이 도시는
어떤 특별한 장면으로 기억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남는 도시였다.
나는 그 사실이
오래 남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이 여행의 다음 장으로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