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광야의 고요, 내 마음의 소리
그곳은 아름답지 않았다.
그저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와
태양 아래 무표정하게 누워 있는 바위들뿐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광야를 낭만적으로 말한다.
“가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내가 처음 마주한 광야는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무서울 수도 있었다.
자동차 소음도, 사람들의 대화도, 음악도 없는 곳.
잔잔함이 아니라, 완전한 침묵이었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바로 내 마음의 소리였다.
광야는 모든 것을 비워놓고 묻는다.
'너는 지금 어디에 서 있니?'
그 질문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대답을 회피할 대상도 없다.
핑계가 통하지 않는 공간.
그 전까지 나는 바쁘게 움직였다.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계획을 세우고,
해야 할 일과 되어야 할 모습을 붙잡으며
‘속도’로 버티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광야에서는
아무리 서둘러도 바뀌는 것이 없었다.
빠르게 걸을 이유가 없었다.
앞도 뒤도, 모두 비슷한 풍경이었다.
처음엔 그게 불편했다.
‘나는 뭔가 하고 있어야 살아 있는 느낌이 드는 사람인데.’
광야는 그런 나의 생존 방식 자체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나는 그 침묵에 몸을 놓기 시작했다.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 전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였다.
모래가 구르는 아주 작은 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오래 묵혀두었던 목소리가 들렸다.
'너, 많이 힘들었지.'
광야에선 누구도 나를 위로하지 않았지만,
광야는 위로가 필요했던 나를 만나게 해주었다.
내가 억눌러놓았던 감정들,
애써 외면했던 상처들,
괜찮다고 말하며 덮어두었던 슬픔들.
광야는 그것들을 조용히 바닥으로 올려놓았다.
울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울음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울음이 아니라
정말 ‘나를 위해 나는’ 울음이었다.
광야는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쉼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누가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었다.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는 일도 아니었다.
쉼은,
이미 내 안에 있었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되는 시간이었다.
내가 달리던 속도를 멈추자
비로소 하나님이 가까워졌고,
나 자신도 가까워졌다.
광야에서의 쉼은
화려하지도, 극적이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천천히
내 마음을 제자리로 데려오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을.
나는 멈춰야만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