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마인온천 — 심판과 치유가 만나는 자리
뜨거운 물줄기가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사람들은 그 아래 서서
지친 몸을 녹이고,
묵은 피로를 흘려보낸다.
그런데 마인온천 근처에는
소돔과 고모라가 있었다.
한때 인간의 탐욕과 교만이 불처럼 타오르던 도시.
성경 속 멸망의 이야기로만 들었던 그 장소가
내 눈앞에 있었다.
그 땅에서는
실제로 유황 불에 태워진 흔적들이 발견되었다.
부서져 있는 돌의 질감,
대각선으로 꺾여버린 뼈 조각들.
역사 속 심판은
허구가 아니라
정말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앞에서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런데,
그 폐허 위에 흐르는 물은
너무나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심판이 내려진 자리에서
치유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건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언덕 위에는
마케루스가 있다.
헤롯이 여름마다 머물던 작은 궁전.
바람이 잘 드는 곳.
그리고 세례요한이 목숨을 잃은 곳.
그저 역사적 사실로 안내하던 날이 있었다.
“여기가 세례요한이 죽은 곳입니다.”
익숙하게 하던 설명.
무심하게 반복하던 문장.
그런데
어느 날.
그 말을 하려던 순간,
갑자기 마음이 멈췄다.
세례요한은
이곳에서
정말로
숨을 거두었다.
그는 메시야의 길을 준비하다가
이 언덕에서
고독한 죽음을 맞았다.
그 사실이
그날은 유난히 깊게 다가왔다.
내 태도가 바뀌었다.
내 목소리가 달라졌다.
내 몸이 그 장소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장소는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바뀌면 장소가 달라진다.
같은 온천, 같은 바위, 같은 골짜기인데
마음의 상태가 바뀌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인다.
마인온천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곳이 되었다.
사람은 심판과 치유를 동시에 품고 살아간다.
완벽하지 않은 마음,
때로는 무너지고,
때로는 회복되고.
우리는 죄인인 동시에
사랑받는 존재다.
그 두 가지가 공존하는 자리가
바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나는 그 온천가에서 배웠다.
뜨거운 물 속에 손을 담가보면
잠깐은 아프다가
곧 깊은 온기가 번진다.
그 온기 속에서
나는 알았다.
치유는 죄가 없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치유가 필요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란 걸.
그러니까
나에게도 필요하다는 걸.
나는 그날 이후
마인온천을 떠올릴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심판으로 끝나지 않는다.
은혜로 결국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그 말은
내게 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