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쉬는 법

11화. 광야에서 쉬는 법

by 봄울

쉼은 특별한 순간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요르단에서 돌아온 뒤,
나는 아주 작은 일들 속에서
광야의 고요를 다시 마주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는 일.


물을 끓일 때
그 소리를 들으며
조급하게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는 일.


길을 걸을 때
발바닥이 땅을 딛는 감각을
잠시라도 느껴보는 일.

그런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
하루 속에 숨겨져 있었다.


예전의 나는
무조건 더 해야 한다고 믿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이
좋은 책임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광야는
나에게 다른 방식을 가르쳤다.


쉼은 ‘하지 않음’이 아니라,
내가 나를 덜 몰아붙이는 태도였다.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조용한 곳에 앉아
숨을 아주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쉰다.


그때 나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대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냥 숨만 쉰다.


그렇게 몇 번 호흡하면
마음속 먼지가 조금 가라앉는다.
그제서야 비로소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쉼은 마음 속 바람을 멈추게 하는 일이다.


몸이 지칠 때는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근다.
찬물도, 뜨거운 물도 아니다.
내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온기.


그러면 손에서부터

어깨와 가슴과 얼굴로
천천히 힘이 풀려 내려온다.


그제야,
나는 내가 얼마나 긴장한 채로 살아왔는지 깨닫는다.

쉼은 몸이 먼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이 복잡할 때는
말을 줄인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에 기대고,
침묵이 허용되는 자리에서 머문다.

그 침묵 안에서
내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쉼은 스스로를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는 순간에 깃든다.


그리고 어떤 날은
그냥 울어도 괜찮다.
말 못 했던 말들이
눈물 속에서 흘러나올 수 있으니까.

울음은 패배가 아니고,
약함도 아니고,
내 안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소리였다.

쉼은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일이다.


나는 이제 안다.

광야에서 배운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내 마음과 몸과 생각이
조금 더 나를 사랑하는 방향으로
조금 더 천천히 움직이는 시간이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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