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는 길을 바꾼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나는 내가 흔들리고 무너져가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조용히 울고, 버티고, 그냥 하루하루를 끌고 가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나는 내면이 단단한 사람으로 보였다고 했다.
불안 속에서도 누군가의 말을 들어줄 수 있고,
헤매는 사람 옆에 온기를 놓아둘 수 있고,
함께 울되 끝까지 무너지진 않는 사람.
그리고 나는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건 내가 증명하려고 한 능력이 아니었다.
그건 애써 보여주려 한 성숙도 아니었다.
그저
내 삶을 지나온 과정들이
내 마음의 표면을 만들어 둔 것이었다.
고통의 과정은
사람을 쓰러뜨릴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누군가를 붙들 수 있는 손이 되기도 한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손을 가지고 있었다.
분양 상담이라는 일은
사람을 설득하고, 설계하고, 조율하는 일이었지만
기도모임에서의 나는
누군가의 마음이 조금 기댈 수 있도록
조용히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을 숫자로 보아야 하는 조직 속에서
나는 여전히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그 사실 하나가
내 마음속에서 아주 큰 균열을 냈다.
'나는,
이 조직이 원하는 방식의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만든 방식의 사람이구나.'
그리고 그때 알았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있느냐가
더 본질이라는 것을.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면
나는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음이 죽었다.
마음이 살아있는 방향으로 살면
속도는 느리고, 성과는 불확실했다.
그러나 사람이 남았다.
세상은
속도, 효율, 경쟁, 숫자를 말하지만
하나님은
의도, 방향, 중심, 마음을 본다.
그리고 삶은
결국 의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때의 나는
아직 길을 바꾸진 않았지만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아주 조용하게,
아주 깊은 곳에서,
하나님이 속삭이셨다.
나는 여전히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