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

사랑과 배려를 기록하는 방법

by 봄울

그 시절의 나는 상처로 움직였다.

억울함, 분노, 상처, 그리움,

그 모든 감정이 내 발걸음을 밀고 있었다.


그런데 퇴사 후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아주 조용하게 다른 마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상처로 살고 싶지 않다.”


그건 갑자기 생긴 결심이 아니었다.
울고, 버티고, 넘어지고, 기도하고,
고통에 지쳐 아주 오래 누워 있다가
마음 바닥에서 스스로 떠오른 작은 문장이었다.


마치 하나님이
내 귀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던 것처럼.


“이제 사랑으로 살아도 된다.”


사랑으로 산다는 건
대단한 봉사나
누구를 구원하겠다는 큰 마음이 아니었다.


그건
매일 아주 사소한 것들을
다시 부드럽게 바라보는 일이었다.


예를 들면,

• 밥을 먹을 때
“나, 잘 먹고 있다.” 하고 마음이 쉬는 일.

• 사람을 만날 때
그가 가진 슬픔을 짐작해 보는 일.

• 스스로에게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괜찮아.”
라고 말해주는 일.

• 하나님께
“저 여기 있습니다.”
라고 숨 쉬듯 기도하는 일.


사랑은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날카로웠던 마음의 모서리를
천천히 둥글게 깎아내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아주 작은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오늘 내가 사랑으로 한 행동 한 가지.

거창하지 않았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예를 들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먼저 자리를 양보한 날

마트 계산대에서 직원에게 “수고하셨어요.”라고 말한 날

내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조용히 이름 붙여준 날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날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 날


그건 성과가 아니었다.
계획도 아니었다.
그냥 사람으로 사는 연습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조그만 기록들은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햇빛 같은 역할을 했다.


사람은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상처에 마음을 두면
삶은 상처의 모양으로 자란다.


사랑에 마음을 두면
삶은 사랑의 모양으로 자란다.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다시 사람이 되어갔다.

다시 부드러운 사람이 되어갔다.


조용한 사랑은 끝까지 남는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