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들

말은 마음을 입는다

by 봄울

나는 사실,

누구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그 모든 사랑을 건넨 것이 아니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더 컸던 것은


“이 시간을 잘 견디고 싶다.”


는 마음이었다.


나는 하나님께 사랑받고 싶었다.
어떤 달콤한 위로나,
기적 같은 회복이나,
눈에 보이는 응답 때문이 아니라.

그저
하나님이 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 하나면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도모임에서,
지옥철의 어깨 맞댄 사람들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흘려보낸 작은 기부 속에서,
전 직원에게 쓴 손글씨 카드 속에서

나는
하나님을 향해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하나님, 저 아직 사랑하고 싶어요.”
“저 아직 사람이고 싶어요.”
“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아이들에게도
말하고 싶었다.


“엄마가 너희를 버린 게 아니야.”
“엄마는 너희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지금 이렇게 견디고 있는 거야.”


그래서 나는 매일
짧은 영상으로 생존일기를 기록했다.

어떤 날은
그 기록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지하철, 우동, 피로, 침대, 눈물.
늘 같은 일상이었고,

늘 한계 속에서 버티는 날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 기록은 언젠가
아이들에게 건네는 사랑의 증거가 될 거라는 걸.


엄마가 어떻게 싸웠는지
어떻게 버텼는지
어떻게 무너지지 않았는지
그들이 언젠가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나는 능력이 없어 보였고,
내 삶은 겨우 서 있는 모양이었고,
스스로를 돌보기도 벅찼던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더 큰 사람,
더 깊은 사람,
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욕망은
상처에서 나온 욕망이 아니라
하나님이 내 안에 남겨두신 생명 같은 것이었다.

그 생명이 나를 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이 마음을 담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말은 마음이 이미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드러낼 뿐이다.


내 말이 부드러울 수 있었던 건
내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있었기 때문이고,

내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었던 건
내 마음이 이미 울어본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시절에 배웠다.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상처와 사랑이
함께 녹아 있는 온도라는 것.


그리고 나는
상처로 언어를 만들지 않고
사랑으로 언어를 만들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게 하나님이 나를 부르시는 방향이었으니까.


내 말은 내가 잃지 않은 사랑의 모양이었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