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들

상처는 사라지지 않지만 사람은 커진다

by 봄울

하나님은 끝까지 나를 인도하실 거야.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말이다.

왜 내가 가정폭력을 겪어야 했는지,
왜 결혼이 무너지고,
왜 아이들과 떨어져 살아야 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자주 하나님께 물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은
나를 이렇게 괴롭게 살게 하려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도망치고 싶었고,

버티지 못할 것 같았고,
기댈 곳 하나 없는 곳에서
겨우 숨을 들이쉬며 하루를 넘겼다.


시어머니가 계셨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

나는 아이 둘을 동시에 책임질 수 있는 힘이 없었다.
내가 살아내기도 벅찼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왜 그때 같이 나오지 않았어?”


하지만
그 질문은
아무것도 모르는 질문이다.


도망은 용기가 아니라
체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체력이
그때의 나에게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먼저 나부터 살기로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아주 천천히,
너무 늦은 것 같았지만 정확한 때에
깨닫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폭력이 존재한다.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언어의 폭력,
직장 내 괴롭힘.


누군가는 견디고,
누군가는 무너지고,
누군가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울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건 단순한 공감이 아니었다.
설명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 이해였다.


겪지 않았으면

볼 수 없었던 세계였다.


나는 어느 날 성경 이야기를 다시 읽다가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을 떠올렸다.

하나님은 선지자에게
창녀와 결혼하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의 삶 자체를
한 민족에게 전할 메시지로 사용하신 것이다.


나실인 삼손은
블레셋 여인을 사랑했다.
그 사랑은 파괴와 고통의 길로 이어졌지만
그 속에서도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위한 일을 이루셨다.


사람의 실패처럼 보이는 자리,

사람의 수치처럼 보이는 자리,
사람의 눈물과 무너짐의 자리에도
섭리가 있었다.

나는 이제 안다.


고통은 목적 없이 주어지지 않는다.

고통은 때로
하나님이 마음을 여시는 통로가 된다.


내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 기억은 지금도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상처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겪은 아픔은
나를 부순 것이 아니라
나를 깊게 만들었다.


나는 더 이상
그때의 나와 같은 사람들을
함부로 보지 않는다.


나는 이제
그들의 눈에서
내 눈을 본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나는 알고 있어.
나도 그 자리에 있었어.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여기까지 올 거야.”


고통은 나를 부순 것이 아니라,

나를 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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